한국당 "사회주의로 가는 개헌쇼"
바른미래·평화·정의당은
국회 차원 회동 필요성 인정
[ 박종필 기자 ]
청와대가 3일에 걸쳐 발표하고 조문까지 공개한 정부 개헌안이 나오면서 개헌 분위기 조성에 나선 여당과 이에 반대하는 야당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협조 없이는 개헌안 통과가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힘쓰고, 청와대는 물밑에서 야당 설득에 공을 들이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정부 개헌안에 강경히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을 압박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이 국민개헌 저지에 올인(전념)하는 모습으로 여전히 요지부동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당은 ‘관제개헌’이라는 가당찮은 주장을 그만 멈추고 국회가 할 숙제부터 먼저 끝내는 게 도리이자 순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내 5당 협의체를 통해 중단된 개헌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을 열어둔 채 일단 차부터 출발한다는 뜻의 ‘개문발차’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한국당을 배제한 개헌 협의체 운영을 시사했다. 그는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동의하는 정당부터 먼저 논의체에 들어오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다른 야당과 개헌협의체 구성을 위한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당은 국회 주도의 개헌논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개헌이 급하다면서 청와대가 대국민 홍보쇼를 하는 것을 두고본 다음 논의하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말로는 개헌하자고 하면서 공식적인 개헌 협상에 (민주당이) 나선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민주당을 뺀 야 4당 간 개헌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홍준표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주의 체제로 가는 헌법개정쇼”라고 거들었다.
다른 정당들은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비판하면서도 여야 회동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권력구조 개편만 합의하면 일사천리로 개헌안이 처리되고 내용도 확정할 수 있다”며 “여야 대표 회담을 열어 개헌안을 확정하자”고 제안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국회 차원의 개헌논의에 속도를 내자는 기류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은 국민도 정치권도 충분히 인식했다. 이제 국회가 책임있게 응답해야 할 때”라고 논평했다. 민주평화당은 대통령제 틀을 유지한 상태로 국회가 추천한 총리 후보자를 대통령이 지명하는 ‘총리추천제’를 제안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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