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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필 정치부 기자) 국회는 23일 성희롱 성폭행 등을 예방하기 위한 국회 폭력예방교육을 실시했습니다. 국회의원 및 5급 이상 국회사무처 공무원(사무관급 이상), 국회 보좌직원(비서관급 이상) 등이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직장 의무이수교육과정이지만 올해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열풍 속에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호통판사’로 이름이 알려진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등이 강사로 나섰습니다.
기자는 이날 실시된 폭력예방교육이 현역 국회의원이 몇명이나 참석하는지 둘러봤습니다. 의원 참석자는 초선 비례대표인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송희경 자유한국당,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 뿐이었습니다.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에는 120여명만 참석해 절반 가량이 빈 좌석이었습니다.(중간 참삭과 이석 등을 감안) 293개 의원실 5급 이상 보좌직원을 평균 2명씩으로 계산해도 600여명 가까운 직원들이 있는 걸 감안하면 참석률은 지극히 낮았습니다. 그나마 참석한 직원들도 일부는 휴대전화를 만지면서 강의에 집중하지 않거나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현역의원의 저조한 폭력예방교육은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국회의원도 의무참석대상이지만 교육 참석률을 각 기관별로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공무원들과는 달리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지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사무처를 통해 보고받은 자료에 따르면 폭력예방교육에 참석한 의원은 2015년 1명, 2016년 1명, 2017년 5명에 불과했습니다. 참석자의 90%이상은 국회사무처 소속 공무원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물론 국회의원들의 높은 불참률은 금요일에 행사를 잡은 국회 측에도 원인이 있어 보입니다. 대체로 금요일은 주말을 끼고 지역구를 돌보기 때문입니다. 국회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들은 대부분 지방선거 공천관리업무를 맡고 있어 국회보다 지역구에서 지내는 날들이 많다”며 불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의무 참석대상인 국회의원들이 폭력예방교육 참석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공공기관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태를 꾸짖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천종오 판사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위계와 폭력의 순환구조를 청소년들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학교폭력과 성폭력 등을 예방하기 위한 여러 분석과 아이디어들이 제시됐지만 정작 해당 내용을 들어야 할 국회의원들은 자리를 텅 비운 상태였습니다. (끝) /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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