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허용하되 개발이익 환수
1인가구 위한 임대주택 늘려야"
권혁세 <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금융감독원장 >
며칠 전 서울 강남 개포 8단지 재건축 일반분양청약에 3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2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많은 인파가 몰린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향후 정부의 주택정책에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
우선, 언론에 ‘로또분양’으로 보도된 것처럼 당첨만 되면 큰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인파가 몰린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분양 후 입주 시까지 최소 3년, 세금부담 없이 매도 시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되는데 그때까지 지금의 강남 아파트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할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향후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장·단기 변수들이 주택가격의 상승보다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단기적 변수로는 정부가 발표한 각종 부동산규제 대책과 가계부채 억제 대책이 시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다. 또한 정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카드도 변수다. 향후 1~2년간 이뤄질 미국의 금리인상과 이로 인한 국내 금리인상도 중요한 변수다. 금리인상은 주식시장은 물론 부동산 시장의 가격하락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순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와 저성장구조 장기화가 변수다.
이런 변수들을 감안할 때 시세차익만으로는 많은 인파가 몰린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시세차익과 관계없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거여건이 좋은 강남의 새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는, 자금 여유가 있는 수요층이 그만큼 두텁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강남아파트 시대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73년에 준공된 반포주공아파트다. 이후 1976년에 압구정동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강남아파트 시대를 열었다.
당시 강남아파트의 상징이 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165㎡(50평형) 이상 대형 아파트를 국내 처음 선보이면서 이후 ‘강남아파트는 부자아파트’란 고정관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강남아파트는 주택가격 상승을 선도해 역대 정부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벌일 때마다 고강도 규제대상의 단골 지역으로 등장했다.
강남아파트에 대한 규제정책이 먹혀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지역보다 좋은 주거여건과 고가아파트라는 높은 진입장벽에 따른 희소성에 있다. 통상 강변 조망권은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어 도시계획상 강변지역은 공공시설이나 상업용 빌딩이 들어서는 것이 도시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데 바람직한데도 강남개발 당시 한강변 조망지역에 아파트 건설을 허용했다. 이는 강변을 따라 금융상업지구가 조성된 중국 상하이시 푸둥지구와 비교된다.
이처럼 강남아파트는 좋은 입지여건에 교통, 교육, 상권, 문화 등 인프라까지 잘 갖춰져 있어 항상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태다. 따라서 강남아파트 문제는 종전과 같은 수요억제 정책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고정관념을 깨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한 가지 방안으로 강남은 부자들만 사는 동네라는 진입장벽을 깨기 위해 이들 지역에 소형 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위해 향후 강남 등 대도시 도심권에 재개발·재건축 허용 시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되, 대신 개발이익을 환수해 소형 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면 재건축에 따른 가격상승도 억제하면서 서민의 주거복지도 증진시킬 수 있다.
최근 1~2인 가구가 50%를 넘고 에코세대 등장으로 교통이나 문화생활 여건이 좋은 도심의 임대형 주택 선호가 증대하고 있어 이런 수요변화에도 부응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서울 등 대도시의 새집 보급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바,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신규 아파트와 임대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면 도시의 경제적 가치도 증대시키면서 국민의 주거행복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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