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머리대, 기내감염 확률 지도 발표
기내 승객과 접촉 빈도
창가 쪽이 평균 43% 최저
통로·가운데 좌석 62~85%
감염환자 좌석 기준으로
앞·뒷줄과 옆자리 승객
감염확률 80% 가장 높아
[ 박근태 기자 ]
한 해 비행기로 여행하는 인구는 전 세계 30억 명에 이른다. 각국 여행객이 장시간 좁은 객실에 함께 지내야 하는 항공 여행에서는 승객 간 접촉으로 전염병이 확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항공 여행객이 늘면서 기내 감염을 통한 전염병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걸린 환자가 출국하는 과정에서 기내 감염 논란이 불거진 일이 있다.
지금까지 보고된 항공기 객실 내 감염은 모두 12건이다. 이 중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건과 유행성 인플루엔자(H1N1p) 3건은 기내 접촉이 전염병 확산을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접촉 적은 창가, 감염 확률 낮아
최근 미국 에머리대 바이오통계 및 정보학과와 조지아공대 수학과, 보잉사 연구진은 이전보다 훨씬 발전한 기내 감염 분석 모델을 국제학술지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소개했다. 이전까지 기내 감염 모델은 주로 자리에 앉아 있는 환자의 주변 승객이 감염될 확률을 알아내는 데 집중됐다. 하지만 이 모델은 승객이 비행 중 짐칸을 정리하거나 화장실에 가는 과정에서 다른 승객과 접촉하는 점을 간과했다. 승무원이 기내 복도를 이동하면서 다른 승객에게 병을 옮길 가능성도 놓쳤다.
연구진은 2012~2013년 미국 애틀랜타와 서부 5개 도시를 잇는 보잉 B757 항공기 10편에 탑승한 승무원과 승객 1581명의 움직임을 꼼꼼히 기록했다. 접촉을 통한 세균과 바이러스의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기내 안전벨트 등에서 샘플 229개를 수집했다. 항공편의 비행시간은 3시간21분~5시간13분으로 각각 달랐지만 평균적으로 승객 38%는 비행 중 한 번도 좌석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 번 벗어난 승객은 38%, 두 번은 13%, 세 번 이상은 11%로 나타났다. 승객 절반은 화장실을 쓰지 않았고 1회 사용이 38%, 2회 사용이 9%, 2회 이상 쓴 경우는 3%로 나타났다. 앞쪽 화장실 대기시간이 뒤쪽 화장실보다 2배 더 길었다. 최소 한 번 이상 자리를 떠난 경우는 창가 좌석이 평균 43%, 중간 자리가 62%, 복도 쪽이 80%로 나타났다. 승무원은 다른 승무원과 접촉한 총 누적시간이 206분, 승객과 접촉한 총 누적시간이 1149분으로 나타났다.
◆승무원도 바이러스 옮겨
연구진은 이런 행동 분석을 종합한 결과 창가 좌석에 앉은 승객은 다른 승객과 접촉을 덜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만에 하나 감염이 우려된다면 창가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 반면 중간 좌석 승객은 자리를 비우는 과정에서 다른 좌석보다 다른 사람과 더 많은 접촉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도 쪽과 중간 좌석은 비행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시간도 비례해서 늘어났다.
연구진은 복도 쪽 좌석인 14C석에 감염 환자가 앉았을 때와 감염된 승무원이 있는 경우를 가정해 두 가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감염 확률을 보여주기 위해 연구진이 작성한 히트맵을 보면 14C좌석 앞줄과 뒷줄, 옆자리 좌석에 앉은 승객 11명이 감염될 위험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보다 먼 자리 승객이 감염될 확률은 3% 미만이다. 이는 감염 환자가 호흡하거나 기침 또는 재채기할 때 튀어나온 침방울 등의 속성 때문이다. 5마이크로미터(㎛) 이상인 침방울은 1m 이상 날아가지 않는다. 승무원들은 아플 때 일을 하지 않거나 약을 먹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확률이 낮다. 하지만 일을 한다면 다른 승객과 접촉하는 횟수와 시간이 많아 병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승객 1명은 좌석 위치에 따라 평균 0.7~2명의 승객을 추가 감염시키고 승무원은 평균 4.6명의 승객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다른 승무원, 승객과의 접촉이 잦은 특성상 승무원은 아플 때 비행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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