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안 따랐다고 해고는 부당"
경총 "절차 문제로 판단 뒤집어"
[ 신연수 기자 ] 사측이 근로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저성과자 실적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는 저축은행 직원 박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판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2012년 4월 경력직으로 해당 은행에 입사한 박씨는 2016년 7월까지 약 4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인사 발령을 받았다. 상사와의 불화, 근무태도 불량, 업무 저성과 등이 주요 이유였다. 박씨의 인사 평가 결과는 2014년 ‘중~하’, 2015년 ‘중~하’, 2016년 ‘하’ 등급을 기록했다. 역량평가에서 18명 중 17위, 성과평가 S~C등급 중 C등급을 받기도 했다.
은행은 저성과자로 분류된 박씨를 일종의 저성과자 실적 향상 프로그램인 ‘영업본부 영업추진역’에 배치했다. 박씨가 회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인사위원회에도 나오지 않자 회사는 그를 면직 처분했다. 박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으나 두 번 모두 징계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박씨는 중앙노동위의 판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해 결국 승소했다.
사내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적인 인사 조치 절차는 △취업규칙 등으로 저성과자 관리 규정을 마련하고 △성과 향상을 위한 교육과 프로그램 등에 참여시키며 △그 결과에 따라 현업 복귀냐 퇴출이냐를 결정한다.
법원은 첫 단계인 취업규칙의 위법성을 문제 삼았다. 근로기준법에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사용자에게 있지만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제·개정할 때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등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은행은 해당 프로그램이 정상적 업무역량과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상자로 선정되면 연봉을 감액하도록 하고 있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업무 태도, 성과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절차상 문제만으로 노동위의 판단을 뒤집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기업의 인사권에 대해 일정한 여지를 인정해줘야 고용시장이 순환되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진다”며 “무조건 고용관계 유지를 강제하는 것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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