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그리움, 그 뻔한 것에 대해 - 차주일 (1961년~)

입력 2018-03-2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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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그 뻔한 것에 대해 - 차주일(1961년~)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멈춰 서면
뒤돌아보는 시야만큼 공간이 생겨난다.

부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만큼 팽창하는 영토.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유배지.
외곽을 허물어놓고도 자신만 탈출하지 못하는

누구도 입장할 수 없는 성역聖域에
과거로 얼굴을 펼치고
미래로 표정을 그리는 사람은 쉬이 눈에 띄었다.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내 마지막 표정이 생각나지 않아
내 얼굴에 무표정이 머문다.

무표정이 진심이라는 풍문이 떠돈다.

시집 《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 (포지션) 中

살다보면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멈춰 설 때가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나를 부르는 과거의 한 사람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리 움이라는 공간이 생겨나 영토가 되고 유배지가 되고 성역이 되는 그런 순간을 살 때가 있습니다. 과거의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다 지나면 현재 혹은 미래의 얼굴 표정은 무표정이 되는 걸까요? 무표정은 아무 감정도 말하지 않는 것 같지만 ‘진심’이라는 표정을 숨기고 있습니다.세월이 흘러도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넓고 깊었으면 속에다 그리움의 감정을 다 품은 무표정이 돼버리는 걸까요.

김민율 < 시인(2015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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