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금감원장·신보 이사장 공석에 때 아닌 '금융 인재난' 겪는 정부

입력 2018-03-25 20:00  

박신영 금융부 기자


[ 박신영 기자 ] “장(場)은 섰는데 마땅한 인물이 없네요.”

최근 만난 한 정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차기 금융감독원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후보에 적합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농협금융지주는 민간 기업이긴 하지만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만큼 다음달 말 임기가 끝나는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후임을 물색하는 작업도 난맥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선 이처럼 정부가 인재난을 겪는 가장 큰 이유로 청와대의 강화된 인사검증 시스템을 꼽고 있다. 기존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주로 후보자의 △음주운전 경력 △재산 형성 과정 △논문 등에 표절 시비가 없는지 등을 살피는 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채용비리 연루 여부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따른 성폭력 의혹 등도 면밀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가장 골치를 앓고 있는 자리는 금감원장이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임 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탓에 정부도 해당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를 후보로 찾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정통 관료보다 민간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게 걸림돌이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계 채용비리 척결의 총대를 메고 있는 만큼 금감원장이 다시 채용비리 의혹으로 의심받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며 “하지만 민간 출신 중에서 채용비리 의혹에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금감원장 후보로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주현 우리금융연구소장,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농협금융은 금감원장 자리가 갑자기 비면서 유탄을 맞았다. 농협금융 회장 후보들이 금감원장 후보로도 함께 언급되고 있어서다. 농협금융 회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금감원장 자리로 가게 된다면 농협금융은 회장 선임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 회장 후보로 민간 전문가와 관료 출신, 학자 출신 등을 다양하게 올려두고 있다”며 “만일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이가 금감원장에 가게 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지난 19일 1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을 시작했다. 김용환 회장의 임기 만료일은 오는 4월28일이다.

신보도 이사장 후보 공모 절차를 다시 시작했다. 신보 임원추천위원회가 최영록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등 후보 4명을 금융위원장에 추천했지만 이들 모두 강화된 인사 검증 절차를 통과하지 못했다.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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