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권의 전쟁이 치열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시중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전용 점포를 마련하고 있다. 환전·송금이 주를 이루던 서비스도 한국어 교실, 외국어 번역, 비자 상담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는 409만명에 이른다. 전년 말보다 8% 늘었고, 2015년 말 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외국인 고객이 가장 많은 곳은 하나은행(160만명)이다. 우리은행은 103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82만명, 64만명을 기록했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의 숫자가 늘면서 곧 은행의 신규 고객 유입으로 이어졌다. 법무부가 집계한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15년 말 189만명에서 작년 말 218만명으로 늘었다. 3년 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은행들은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중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에 집중하고 있다. 송금 수요가 많고, 송금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송금 규모는 연간 4조원이 넘는다.
하나은행이 외국인 근로자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다. 하나은행은 전신인 옛 외환은행 때부터 외국인 근로자 특화점포를 구축해 현재 16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점포는 외국인 근로자가 밀집해 있는 서울 대림동·구로동, 안산 원곡동, 의정부, 천안, 김해 등에 위치해 있다. 평일에 은행을 방문하기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를 배려해 모든 영업점이 일요일에 문을 연다.
서울 강남과 부산 서면에는 외국인 전용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개설해 외국인 근로자의 종합 자산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의 추격도 만만찮다.
국민은행은 서울 오장동, 안산 원곡동, 의정부, 경기도 광주, 김해에 외국인 근로자 전용 외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센터에는 외국인 직원이 상주하고 있으며,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 고객을 맞이한다. 국민은행은 연내 외국인 근로자 전용 센터 2개를 추가 개설하고, 외국인 직원 채용도 확대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서울 대림동, 안산 원곡동에 이어 최근 의정부에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일요외환센터를 열었다. 외국인 직원의 통번역 서비스를 비롯해 한국어 교실, 무료비자상담, 기도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공세도 이어졌다.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
우리은행은 글로벌 뱅킹앱과 위비톡 음성 번역 서비스로 외국인의 편의를 더하고 있다. 글로벌 뱅킹앱은 영어와 중국어, 몽골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 8개의 언어를 제공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공인인증서 없이 핀번호를 이용해 간편하게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은 대화 상대방의 메시지를 11개국 언어로 번역해 준다.
신한은행의 '신한 글로벌 S뱅크' 앱은 10개국 언어로 국내 자금이체, 환율조회, 해외 송금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은행들의 외국인 근로자 모시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신규 수익원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 대비 해외 송금 수요가 커, 은행의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며 "우리 경제와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에 앞으로 그 숫자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을 위한 인프라를 적극 개발해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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