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언니’ 지은희(32·한화큐셀)가 깜짝 홀인원 쇼를 펼치며 통산 4승째를 신고했다. 26일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기아클래식(총상금 180만달러)에서다.
지은희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 골프클럽(파72·6558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홀인원 1개(이글),버디 5개,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적어낸 지은희는 막판까지 추격전을 펼쳤던 크리스티 커(미국)와 리젯 살라스(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시즌 첫 승이자 LPGA 통산 4승째다.우승상금은 27만달러(약 2억9000만원).
11언더파 공동 선두로 최종일에 들어선 지은희는 전반 9홀에서 버디만 4개를 잡아내며 추격자들을 2타 차로 떼어놨다. 6번부터 8번홀까지는 세 개홀 연속 버디를 쓸어담았다. 이후 후반 첫 홀에서도 버디 1개를 추가하며 속도를 낸 그는 14번홀(파3)에서 천금같은 행운의 홀인원을 잡아내며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어섰다. 166야드 거리에서 7번 아이언으로 친 공이 홀앞 70cm부근에 떨어진 뒤 홀로 빨려 들어갔다. 지은희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펄쩍 뛰며 자신의 여덟 번째 홀인원을 자축했다. 크리스티 커가 버디를 잡아내며 1타 차로 좁혀졌던 격차가 순식간에 3타 차까지 벌어졌다. 지은희는 이 홀에 걸린 기아의 신형 쏘렌토와 우승자에게 주는 스포츠 세단 스팅어를 모두 가져갔다.
지은희는 곧바로 이어진 15번홀(파4)에서 보기 한 개를 내줬지만 앞조에서 경기한 추격자들이 타수 차를 더이상 좁히지 못하면서 질주를 이어갔다. 16번홀(파4)에서 티샷이 우측으로 밀리는 실수가 나오긴 했지만 정교한 어프로치로 파를 지켜냈다. 지은희는 17번홀(파5)에서도 파를 잘 지켜 우승에 한 발짝 더 가가섰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2m짜리 파퍼트를 놓친 게 옥에 티였다. 선수들은 포아 애뉴아 잔디가 섞인 그린 위에서 짧은 퍼팅을 자주 놓치는 등 그린 공략에 애를 먹었다. 포아 애뉴아는 생장 속도가 빨라 상대적으로 생육이 느린 잔디와 섞여 있을 경우 그린이 오후로 갈수록 울퉁불퉁해져 공이 굴러가는 방향이 일정하지가 않다는 게 특징이다.
지은희는 지난해 10월 대만에서 열린 스윙잉 스커츠 LPGA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8년만에 우승컵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이후 5개월여만에 다시 우승컵을 추가했다. 2007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지은희는 이듬해인 2008년 웨그먼스 대회에서 첫 승을 신고한 후 2009년 US여자오픈을 제패해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이후 지난해 대만 대회 우승 때까지 승수를 쌓지 못했다.
전날까지 지은희와 함께 공동 선두선두를 달렸던 김인경(29)은 이날 2타를 줄이는데 그쳐 13언더파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인경과 동갑내기인 1988년생 이정은이 3타를 추가로 덜어내며 12언더파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두 번째 대회에서 67년만에 데뷔 첫 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슈퍼루키 고진영이 11언더파를 기록, 초청선수로 출전한 최혜진과 함께 공동 10위에 올랐다. 고진영은 올 시즌 출전한 5개 대회에서 뱅크오브파운더스컵(공동 46위)을 제외한 4개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진입하는 안정된 기량을 선보였다. 다음 주 열리는 메이저 대회 ANA인스퍼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는 대목이다.
한국선수는 지은희의 우승으로 올 시즌 6개 대회에서 3개 트로피를 들어올려 승률 50%를 달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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