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오드화은·소금입자 등
구름에 살포해 물방울 조성
美, 1946년 세계 첫 성공
경험 부족한 한국
韓, 2006년부터 본격 연구
3년간 15차례 시험 중 7번 성공
기상청 "한반도엔 효과 안 커"
활용도 높은 인공강우
평창동계올림픽때 눈 부족
인공강설 유도해 적설량 늘려
美, 안개예방·농작물 재배에 활용
[ 노경목/윤상연 기자 ] “뿌연 하늘을 물로 씻어낼 수 없을까?”
지난 24일부터 한반도 상공을 가득 채운 미세먼지를 보며 한 번쯤 해봤을 만한 생각이다. 중국발(發) 대기오염으로 국내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이 같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인위적으로 비가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 기술이다. 전 지구적으로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기상이변이 늘면서 미래에는 산업적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어떤 원리로 비가 내리나
2016년 12월20일 저녁, 중국 산둥성 허쩌시 상공에 72발의 로켓탄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발사되기 시작했다. 인공강우 유도물질을 담은 특수 로켓탄이었다. 20분 안팎 지나 내리기 시작한 비는 다음날 오후 4시까지 계속됐다. 1만2238㎢로 한국 수도권 전체 면적(1만1704㎢)보다 조금 큰 허쩌시 전역에 평균 13.5㎜의 비가 내렸다. 허쩌시는 “겨울철을 맞아 심해진 대기오염을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인공강우를 통해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 인공강우는 소금 입자나 요오드화은, 드라이아이스 등을 구름에 살포해 이뤄진다. 이들 물질에 수분 입자가 달라붙으면서 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항공기를 통해 살포하면 항공기 사용료와 관련 물질 구입비 등을 합쳐 1회 살포에 1400만원 정도가 든다. 중국처럼 곡사포나 로켓탄을 사용하면 비용은 더 떨어진다.
인공강우는 1946년 미국에서 처음 성공했으며, 중국은 1958년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은 2006년에야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2015년부터 3년간 국립기상과학원이 15차례 인공강우 시험을 했다. 경기도도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기상과학원과 함께 지난해 9차례에 걸쳐 인공강우 시험을 했다. 하지만 기상과학원 시험은 전체의 절반인 일곱 번만 성공했다. 그중 가장 성공적인 결과도 한 시간 동안 1㎜의 비가 내리게 하는 데 그쳤다. 경기도의 시험 결과는 분석 인력 부족으로 오는 7월에나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예정이다. 중국이 2007년 한국 수도권만 한 면적에 평균 50㎜의 강우량을 불러오는 데 성공한 것과 대비된다.
국내 인공강우 기술은 ‘걸음마’
한국은 인공강우 시행착오 경험이 부족하다. 어떤 위치에 얼마만큼 생성된 구름에 어떻게 인공강우 유도물질을 뿌렸을 때 효과가 있는지는 여러 차례 시험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시험 여건은 열악하다. 기상과학원의 관련 예산은 연간 9억원에 연구원은 고작 10명에 불과하다. 연구원들이 경기 김포에 있는 유도물질 살포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선 6시간 전에 기상과학원이 있는 제주도를 나서야 한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구름 상황에 맞춰 시험을 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베이징시가 인공강우를 위해 연구원 70여 명과 비행기 3대를 운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의미 있는 강수량을 불러오는 수준이 되려면 최소 5년, 최대 10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물론 인공강우가 미세먼지의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 중에 어느 정도 구름이 있어야 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하늘이 흐렸던 24일에는 효과가 있었겠지만 맑았던 26일에는 인공강우가 불가능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으로 대기가 한반도에 갇히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는 한국의 지정학적 특성을 감안하면 인공강우 효과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공강우는 여러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기상과학원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1월31일 강원도 일대 적설량이 적다는 조직위원회 측 얘기를 듣고 인공강설을 유도해 적설량을 늘렸다.
또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베이징으로 몰려오는 주변의 구름을 선제적으로 강우로 바꿔 미세먼지를 걷어냈다. 미국에서는 안개가 낀 농지에 차량으로 인공강우 유도물질을 뿌려 농작물이 일조량을 확보하게 하고, 항만에서는 인공강우를 이용해 선박 사고를 불러올 우려가 있는 짙은 안개를 예방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인공강우 유도물질을 개발한 지비엠의 방기석 사장은 “각종 기상이변으로 인공강우를 필요로 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고 있는 관련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수원=윤상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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