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 복합적 요인들이 무엇이었는지가 비로소 명확해졌다. 당시 가장 넓게 퍼진 시장 불안의 원인은 미국의 견조한 고용성장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를 가속시킬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
여기에 더해 다보스포럼 기간 중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약(弱)달러 정책을 놓고 격돌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불거진 환율전쟁 위협이 시장 참여자들 판단을 어지럽혔다. 2월 초의 급격한 하락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주식시장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수입 관세 부과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발표된 이후 또 다른 충격을 입었다.
舊경제 기업뿐인 유럽 지수
이런 배경에서 맨그룹은 유럽 시장 투자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유럽 시장은 유로화 가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은 유럽 지수의 성과를 저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 들어 영국 FTSE100지수는 7% 가까이 하락했고, 독일 DAX지수 역시 5% 넘는 하락률을 보였다.
이 같은 지수의 움직임이 유럽 지역의 근본적인 경제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최근 저조했던 성과는 유럽 시장의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형태가 미국과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 줬다. 유럽 지수는 대부분 제조업과 같은 구(舊)경제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쉽게 말해 유럽 지수 종목 중에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할 만한 기업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처음에는 유럽 시장에 투자한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유럽 주식 보유 비중을 맹목적으로 늘리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액티브한 투자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유럽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최근의 가격 변동을 고려할 때 유럽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에서 기업 운영이 어려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하락한 기업이 있는지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블룸버그 자료(3월8일 기준)에 따르면 S&P500지수가 2019년 예상 순이익 대비 15.5배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는 것에 비해 DAX지수는 11.7배에서 거래되고 있다. DAX 내에는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나며, 확고한 시장 입지를 지키고 있는 회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ECB 금리인상 쉽지 않을 것
특히 유럽을 둘러싼 경제적·정치적 환경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인다. 얼마 전 치러진 독일 사회민주당 전 당원 투표 결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경제적 자유주의가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의 친(親)유럽 기조와 짝을 이루게 되면서 시장은 양쪽 진영의 이점을 모두 얻을 기회를 갖게 됐다. 이로써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이끌어가는 프랑스와 독일 모두에서 유럽연합(EU) 통합 프로젝트가 지속되길 바라는 세력이 정국을 주도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보다 과감하게 보호무역주의를 실천에 옮긴다면 EU가 가장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 ECB는 금리 인상 결정에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이 앞으로 시작될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유로화 가치의 급등을 막는 결정적인 방패막이가 돼 줄 것이다.
정리=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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