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게시판에 "대책 세워달라" 봇물
[ 백승현/박상용/이현진 기자 ]
올 들어 네 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26일. 한반도 전역은 ‘가스실’을 방불케 했다. 서울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오후 한때 정상적 호흡이 어려운 수준인 143㎍/㎥까지 치솟았다. 2015년 관측 이후 평균 수치로 최악을 기록한 전날과 비슷했다.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미세먼지의 공습은 오는 5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날 초미세먼지 하루평균 농도(오후 5시 기준)는 서울 80㎍/㎥, 인천 54㎍/㎥, 광주 67㎍/㎥, 경기 68㎍/㎥, 강원 52㎍/㎥, 충북 65㎍/㎥, 제주 56㎍/㎥ 등 ‘나쁨’(51~100㎍/㎥) 수준에 해당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세 개 시·도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나쁨 수준의 농도가 지속되자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등 비상저감조치에 들어갔다. 27일에도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올들어 다섯 번째다.
이번 ‘미세먼지 사태’는 중국에서 몰려온 오염원과 자동차·산업시설 등 국내에서 배출된 대기오염 물질이 합쳐진 데다 바람마저 불지 않아 대기 정체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전국 곳곳에 일교차로 인한 안개까지 끼면서 인천·김포공항에서는 종일 수십 편의 항공기가 결항·지연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거의 모든 시민이 불편과 고통을 겪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정선영 씨(37)는 이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정씨는 “아이가 등하굣길에 적잖은 미세먼지를 들이마실 수밖에 없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휴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야외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고통은 더욱 컸다. 30대 택배기사인 전모씨는 “배송기사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고객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아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할 수 없이 맨 얼굴로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이런 날은 일이 끝나고 나면 눈이 따끔거리고 목이 아플 때가 많다”고 말했다. 사내 체육대회 연습에 강제로 동원된 한 새내기 회사원 조모씨(28)도 “목이 너무 아팠지만 선배들의 눈총을 받을까봐 오늘도 연습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는 봄을 맞아 26일부터 서울광장에 새 잔디를 심으려다 인부들의 건강을 고려해 작업을 중단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미세먼지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1주일 동안 올라온 미세먼지 관련 국민청원만 400여 건에 달했다. 몇몇 청원은 5만 명 이상이 동의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들 청원마다 “미세먼지의 원흉인 중국에 책임을 물어달라”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공공기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9급 공무원 김모씨(30)는 “별 효과도 없는 차량 2부제 등이 주로 공공기관 위주로 시행되고 있다”며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생각은 안 하고 언제까지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할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바람 방향을 감안할 때 오는 5월까지는 고농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3~4월은 중국 네이멍구 지역 등에서 발원한 황사도 국내로 유입되는 시기다. 황사는 상대적으로 입자가 굵은 미세먼지(PM10) 농도를 높인다.
백승현/박상용/이현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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