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인수전 갑자기 뛰어든 타이어뱅크

입력 2018-03-26 19:47   수정 2018-03-27 05:34

27일 인수의향 발표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 안돼
인수 후 경영 정상화 속도"

느닷없는 발표에 채권단 당혹
자금조달 여부도 불투명
일각선 '진흙탕 싸움' 우려



[ 도병욱/정지은 기자 ] 중견 타이어 유통업체인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채권단이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인수 방식 등에 대해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갑자기 새 인수 희망자가 등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사진)은 27일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발표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인수에 참여하려 한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영 정상화 후에 세계 5위 안에 드는 회사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할 전망이다.

타이어뱅크는 대전에 본사를 둔 국내 최초 타이어 전문 유통사로, 전국에 36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이 지분 93.0%를 보유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총자산은 3639억원이며 현금성 자산은 191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매출은 3729억원, 영업이익은 664억원이다.

채권단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채권단에 인수 의향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돌연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자본유치를 반대하는 정서를 악용해 ‘이슈몰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해외 인수를 반대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조와 함께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인수 여력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앞서 더블스타는 6463억원을 투자해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타이어뱅크가 이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채권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타이어뱅크는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시작된 2016년에도 우회적으로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며 “당시 채권단에서 타이어뱅크에 대해 검토했지만, 경영 능력이 의심되고 자금조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탈세 혐의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 등 임직원 6명과 회사 법인을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판매점장 명의를 도용해 종합소득세 80여억원을 탈루한 혐의다.

타이어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 인수 문제가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은과 금호타이어 노조가 인수 과정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인수 희망자마저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더블스타의 자본 유치를 수용하기로 구두 합의해 놓고 후속 작업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23일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과 이 회장, 노조 대표단이 △노조의 더블스타 자본 유치 수용 △경영 정상화 및 발전 방안 수립을 위한 미래위원회 공동 구성 △26~27일 자구계획 합의 등을 담은 공동선언문 발표 △29~30일 노조원 설명 및 투표 부의 등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 회장과 면담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자본 유치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도병욱/정지은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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