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 징역 15년 확정…18년만에 누명 벗은 목격자

입력 2018-03-27 10:25   수정 2018-03-27 10:32

누명 쓴 목격자가 '억울한 옥살이' 10년…검·경은 진범 잡고도 석방
재심서 무죄 나오자 진범 다시 체포…법원 "증인진술 일관, 유죄 인정"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강도' 사건이 18년 만에 마무리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7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37)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께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 유모(당시 42)씨가 자신이 몰던 택시의 운전석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유씨는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을 거뒀다.

경찰은 최초 목격자인 최모(32·당시 16)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최씨가 택시 앞을 지나가다가 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었고 격분한 나머지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흉기로 유씨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사건 당시 최씨가 입은 옷과 신발에서는 어떤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여 최씨에게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재판에 넘겼다.

법원도 최씨의 억울함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최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 징역 10년으로 감형되자, 최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최씨가 복역 중이던 2003년 3월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접한 경찰이 김씨를 붙잡으면서 상황은 반전되는 듯했다.

김씨는 수사 초기에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김씨의 친구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의 범인이 이미 검거돼 복역 중이라는 이유 등으로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고, 김씨와 친구는 진술을 번복했다.

풀려난 김씨는 이혼한 부모에게 충격과 고통을 줘 재결합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변명했다.

김씨의 친구도 주변 사람들에게 김씨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검찰은 구체적인 물증이 부족하고 사건 관련자의 진술이 바뀐 점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리면서 진범 김씨는 재판 한 번 받지 않고 혐의를 벗었다.


김씨 대신 옥살이를 하던 최씨는 징역 10년을 살고 2010년 만기출소했다.

최씨는 2013년 경찰의 강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16년 11월 "최씨가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사건 발생 당시 16세의 나이로 구속돼 청춘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던 최씨의 누명이 16년 만에 풀린 것이다.

최씨의 무죄 판결이 나오자마자 경찰은 김씨를 다시 체포했다.

김씨는 또다시 범행을 부인했지만, 검찰은 그를 구속기소 했다.

1·2심은 "김씨의 기존 자백과 증인들의 진술이 일관되게 일치하므로 피고인이 범행을 위해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사건은 18년 만에 진범을 단죄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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