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버 삼킨 그랩… 혁신성장 역동성, 동남아에도 밀리고 있다

입력 2018-03-27 17:28  

‘동남아 우버’로 불리는 그랩(Grab)이 원조 승차공유 업체인 우버(Uber)의 동남아시아 사업부문을 인수한다. 외신에 따르면 그랩은 우버의 사업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우버에 지분 27.5%를 넘기기로 했다. 세계 1위 승차공유 서비스업체인 우버가 승차공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동남아에서 현지 업체에 밀려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다.

우버의 이번 결정은 북미(北美)지역과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랩의 ‘승리’는 승차공유, 핀테크 등 신(新)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아세안(ASEAN) 국가들과 현지 기업들의 높은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세안은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에 힘입어 ‘거대한 신산업 창업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와튼스쿨이 작년 3월 발표한 ‘창업하기 좋은 국가’에서도 아세안 3개국이 상위 5위권에 진입했을 정도다. 태국이 1위, 말레이시아가 3위, 인도네시아가 5위였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에서도 신산업 육성에 가장 적극적이다. 작년 중국 알리바바와 함께 ‘디지털 자유무역지대’ 구상을 내놨다. 인도네시아는 일종의 ‘규제 프리존’제도를 도입해 2020년까지 동남아 최대 디지털 경제국가가 되겠다는 ‘2020 디지털 비전’을 진행 중이다. 태국은 총리가 벤처 육성 청사진인 ‘스타트업 타일랜드’를 이끌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변신을 시도하는 아세안 각국의 노력이 돋보인다.

우리 정부는 벤처·중소기업 중심으로 혁신성장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껏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차량공유 등 개발도상국과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가능한 서비스들이 국내에선 각종 규제에 걸려 시작도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원격진료를 가능케 하는 의료법,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등은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혁신성장이 가능하겠는가. 규제혁파 없이 이대로 ‘혁신성장’만 외치다간 신산업 분야에서 동남아에도 뒤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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