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채용비리로 곤혹을 치르고 있으면서도 채용 기준안 마련에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채용 모범 규정을 만들어 채용비리를 근절하겠다던 은행연합회는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했지만 여전히 '자율' 채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깜깜이 밀실 채용으로 불거진 채용비리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은행업계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 20일 은행권 채용 모범 규정안 마련을 위한 TF팀을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 TF팀은 은행연합회 이사회에 참여 중인 산업·농협·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SC·씨티·부산은행 등 10개 은행의 실무진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주 1회 정례 회의를 거쳐 상반기 중으로 채용 모범 규정을 내놓을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은행권 전반에 걸친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 과정, 결과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지난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 채용 비리에 관한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금융당국과 구체적인 협의를 거쳐 은행들과 공동 TF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은행들이 TF를 통해 마련한 채용 모범 규정을 실제 채용 과정에 활용할 지는 미지수다. 규정에 강제성이 없는 데다 은행연합회도 은행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김태영 회장은 "채용 모범 기준은 고용시장의 다양성, 자율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며 "채용규정은 각 은행의 상황을 반영해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 중인 은행들에 채용 모범 규정이 불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진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은 모두 신입행원 채용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원자의 인적사항과 학력, 어학점수 등을 비공개로 진행해 면접관의 선입견을 배제시키는 것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고 경영자나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갑질로 일어나는 문제는 시스템 개선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문제의 본질을 채용제도의 오류로 인식하고, 이를 자율적으로 맡긴다는 것은 오히려 채용비리를 키우는 것이다"고 쓴소리 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은행은 국민은행, 하나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 5곳이다. 대검찰청은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사건을 각 관할 지방검찰청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이 적발한 채용비리 의심 사례는 하나은행이 13건, 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이 각각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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