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격진료, 문재인 케어의 성공 조건

입력 2018-03-28 17:34  

"시범사업서 진전 못한 원격진료
우선 허용하고, 사후 규제·개선
의료공급체계 혁신 앞당겨야"

이기효 <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 >



‘문재인 케어’는 현 정부의 중요한 정책의제 중 하나다. 건강보험 급여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확대해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정책이다. 문재인 케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의료공급체계의 비용효과적 혁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문재인 케어는 환자 부담의 축소, 양적 의료 이용의 증대, 질적 의료 요구의 확대를 부르고, 종국에는 의료비 폭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의료공급체계를 끊임없이 혁신해 나갈 때 모든 국민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적정 비용으로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의료공급체계는 1960년대 체제에 머물러 있다. 환자가 아픔을 느끼고 병·의원에 제 발로 찾아가지 않는 한, 아무런 보건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급성질환진료 위주의 공급자 중심적 의료공급체계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혁신이 놀라울 정도로 급속하게 이뤄져 어느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에서 유독 의료공급체계가 혁신의 뒤안길에 놓여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원격진료 도입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원격진료는 진료실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를 전화, 영상통화, 문자, 이메일, 앱 등의 통신기술을 이용해 원격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격진료는 환자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반면에 진료비는 낮출 수 있고, 이동에 따른 교통비와 기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산간벽지, 도서지역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직장 및 육아 등으로 낮 시간에 병원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과 이동이 어려운 노인 및 장애인의 의료접근성, 특히 만성질환 관리나 건강증진 분야에서 획기적인 수월성(秀越性)을 발휘할 수 있다.

선진국들은 앞다퉈 원격진료의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2015년 전면 허용한 데 이어 내달부터는 의료보험 급여를 시행하게 되면서 이용 환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영국, 독일 그리고 중국에서도 원격진료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활성화되고 있다. 진료, 처방, 의약품 구매 등 병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의료행위가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한국은 2000년 원격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된 이후 국회에서 세 차례에 걸쳐 원격진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원격진료 허용이 의료의 질을 하락시키고 소수 대형병원과 대기업에 과실이 집중돼 의료가 영리화될 것이라는 일부 의료공급자 단체와 시민단체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원격진료가 대면진료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측면이 분명 있다. 그러면 재진환자나 경증 질환을 가진 환자로 제한하는 등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된다. 원격진료의 경험이 축적되고, 개인용 디지털 의료측정기 개발이 진척되며, 질병별 원격진료 가이드라인의 제정과 모니터링 등 관리 노력을 더하면 안전성과 정확성, 즉 의료의 질도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다.

원격진료의 이익이 소수 대형병원과 정보통신 대기업에 집중돼 의료의 영리화를 부를 것이 염려되면 경증질환 및 만성질환 관리를 주 대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해 우선 시행하면 된다. 원격진료를 전면 시행한 일본에서 소수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렸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

최근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정부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우선 허용, 사후 규제)’로 전환하겠다고 공표했다. 원격진료 문제는 이렇게 다뤄야 한다. 우선 허용해야 경험이 쌓이고, 기술혁신이 일어나며, 국민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신산업이 생겨나고, 그 결과 일자리가 창출된다. 국민의 의료 이용 편의성은 크게 신장되고 사회경제적 비용은 대폭 절감될 것이다. 일부 부작용이 있더라도 국민을 바라보며 사후 규제하고, 개선해 나가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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