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영 기자 ]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풍토를 더욱 굳히게 만드는 정책입니다.”
퇴임한 금융당국 관계자가 28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외부인 접촉관리 규정’을 발표했다. 소속 공무원과 임직원 등이 변호사나 금융회사·기업체 임직원, 금융당국 퇴직자와 접촉하면 감사담당관이나 감찰실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문자와 이메일 등도 보고 대상이다. 보고 대상 외부인이 금융당국자에게 금품을 주거나 각종 청탁을 할 경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은 해당 외부인과 1년 이내 접촉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규정은 지난해 12월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금융당국 소속 공직자의 외부 이해관계자 접촉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혁신위의 롤모델은 공정거래위원회였다. 공정위도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을 제정해 올해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 내부에서도 이 규정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 수행의 취지는 좋지만 현실 속에선 적극적인 업무 수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또 주로 고위공직자들이 전관예우 관행으로 퇴직 공무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규정은 말단 직원들을 단속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도 불만 사항이었다.
금융위와 금감원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장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다 국내에서도 채용비리 조사 등으로 시장 정보를 입수하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며 “하지만 이번 규정으로 운신의 폭이 훨씬 줄었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장·차관 워크숍에서 “복지부동, 무사안일, 탁상행정 등 부정적 수식어가 더 이상 따라붙지 않도록 각 부처와 소속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돼 과감하게 정부 혁신을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만든 이번 규정이 과연 대통령의 당부에 부합하는지 모르겠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