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 25명 수사 의뢰
'구체적 혐의 불분명' 지적도
[ 박동휘 기자 ]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25명 안팎을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대상으로 의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혐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교과서를 기획·제작하는 단계에서 위법 사실이 발견됐다는 설명이다.
진상조사위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가 밝힌 불법으로 꼽은 대표적인 행위는 비밀 태스크포스(TF)팀 운영이다. 서울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에 국정화 추진 TF(3개 팀 21명)를 꾸려 청와대 지시사항 이행, 국정화 로드맵 작성, 홍보 업무를 맡았다는 것이다. 조사위에 따르면 이는 대통령령과 정부조직관리지침 위반이다.
청와대 주도로 이뤄진 여론전도 ‘조작’에 가까운 불법이었다는 게 조사위의 주장이다. 청와대가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교수 102명의 국정화 지지 선언을 기획했고, 교육부는 시민단체 명의로 국정교과서 홍보 리플릿을 제작해 배포하도록 했다는 게 근거다.
조사위는 청와대의 역할을 ‘부당 개입’으로 해석했다. 교과서 제작 절차를 어기고, 교과서 편찬과 내용 수정 등 세부 사항까지 일일이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화 정책과 관련해 15가지 항목에 관해 구체적 지시를 내렸다고 조사위는 전했다.
수사 의뢰 대상에는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이병기 전 비서실장, 서남수·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 전·현직 교육부 공무원, 민간인 등 25명가량이 포함됐다.
조사위는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이병기 전 비서실장 등은 각종 위법사항이 동원된 국정화 계획 추진을 지시하거나 적극 가담한 혐의로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고, 황 전 장관과 김 전 차관 등은 비밀 TF 운영과 관련해 역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조사위는 교육부 전·현직 공무원 등 10여 명에 대해선 징계를 권고했다.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고석규 조사위원장은 “당시 교육부의 모든 시스템이 붕괴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가에선 처벌 희생양을 찾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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