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활성화'에 유탄 맞은 코넥스

입력 2018-03-28 18:41  

올들어 코넥스시장 신규 상장기업 全無… 거래도 부진

코스닥시장 상장 문턱 낮아지자
비상장사들, 코넥스 입성 외면
하루 평균 거래대금 98억 불과



[ 하헌형/노유정 기자 ]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시장이 활력을 잃고 있다. 정부가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지난 1월 발표한 뒤 그동안 코스닥 입성의 ‘디딤돌’ 역할을 해온 코넥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넥스 패싱’ 현실화하나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코넥스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1~3월 코넥스 신규 상장 기업은 2015년 한 곳에서 2016년 6곳까지 늘어났다가 지난해 두 곳으로 줄어들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넥스 상장을 원하는 기업은 최근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1분기에 상장을 완료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코넥스 상장에 대한 비상장사들의 관심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 상장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비상장사가 코넥스를 거쳐 코스닥에 이전 상장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통해 △세전 순이익 50억원 △시가총액 1000억원 △자기자본 250억원 등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만 갖추면 코스닥에 신규 상장할 수 있도록 올 상반기 상장 규정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상장 요건 개편이 마무리되면 코스닥 상장 청구가 가능한 기업 수는 4454개사에서 7264개사로 63%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장은 “코스닥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증권사들도 코넥스보다는 코스닥 상장 주관 계약을 따내는 데 힘을 쏟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코넥스 상장 기업 수는 지난해(29개)와 같거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코넥스 상장 혜택 늘려야”

149개 기업이 상장해 있는 코넥스시장의 거래 부진도 비상장사의 ‘코넥스 패싱’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올 들어 코넥스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8억원으로, 코스닥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7조5406억원)의 0.13%에 불과했다. 코스닥 상장 기업 수가 1268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코넥스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웬만한 코스닥 상장사 한 곳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보다 적다는 계산이 나온다.

거래가 부진하다 보니 코넥스시장 상장 기업 주가가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1일 코넥스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엔지켐생명과학은 상장 단계에서 코넥스 주가와 공모가 간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공모가를 재산정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넥스에서 형성된 가격이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코넥스시장 소외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진입 요건이 크게 낮아진 코스닥시장과 달리 코넥스는 2016년 지정 자문인 및 특례 상장 요건을 일부 완화한 것 외에 별다른 지원책이 나오지 않았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코스닥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장사가 많다”며 “상장 혜택을 늘리면 코넥스도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이라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코넥스시장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한 벤처기업과 초기 중소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가 2013년 7월 개장한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최근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 의견을 ‘적정’으로 받고, 지정 자문인(증권사) 한 곳과 자문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상장할 수 있다.

하헌형/노유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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