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절감하려다 안전성 훼손
최근 철도사업 입찰 받은 3곳
낙찰가 턱없이 낮아… 실적 급감
"저품질 생산… 철도산업 위기"
[ 박재원 기자 ] 현대로템이 정부의 최저가입찰제로 인한 ‘치킨게임’ 탓에 우리나라 철도산업이 위기에 놓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산을 절감하려다 부실공사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현대로템은 28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출혈경쟁 속 위기의 한국 철도산업’이란 자료를 통해 최저가입찰제도가 아니라 종합평가제도를 도입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가입찰제도가 업체들의 출혈경쟁을 강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에서 철도사업에 나선 업체는 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 등 세 곳이다. 최근 경쟁입찰을 통해 발주된 사업을 세 업체가 하나씩 따냈다. 문제는 낙찰금액이 원가 보전도 어려울 정도로 낮다는 것이다. 통상 발주처는 시장조사를 통해 예가(미리 정해놓은 가격)를 정한다. 하지만 예가를 측정할 때 앞선 사업들의 낙찰가를 참고하다 보니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최저가입찰이 악순환을 촉발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올 1월 발주한 진접선 50량 사업을 따낸 현대로템은 예가의 63.2%(439억원)에 수주했다. 다른 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우진산전은 지난해 6월 인천시가 발주한 7호선 연장선 사업을 218억원에 낙찰받았다. 예가 대비 70%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로템 측은 “과거 철도차량 제작업체 3사(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가 합병하기 이전에 출혈경쟁이 심각했던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들 실적은 점점 ‘속 빈 강정’이 되고 있다. 현대로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3%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46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다원시스도 같은 기간 매출은 50.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3% 줄었다. 지난해 실적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우진산전도 마찬가지다. 2016년 영업이익은 20.5% 쪼그라들었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본부장은 “현 제도대로라면 값싼 부품 등을 사용해 낙찰을 위한 저품질 철도차량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유지보수 비용이 커져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도 국민 안전을 위해 종합평가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술력과 제작 실적이 부족한 부적격 업체를 배제하고, 차량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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