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들의 '원가절감'의 비밀
제주항공, 청소비용 줄이려 신문 없애
이스타, 승무원 유니폼 동대문 시장에서 맞춰
에어아시아, 발권부터 탑승까지 셀프서비스
바야흐로 저비용항공사(LCC) 시대입니다.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의 숫자가 매년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싼 값에 비행기 티켓을 제공하는 LCC들도 덩달아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국내에도 다수의 LCC 항공사가 있습니다. 이들은 최근 5년간 급성장을 하며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할 정도로 건실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유럽의 라이언에어, 아시아의 에어아시아 등이 대표적인 LCC 항공사들입니다.
근데 LCC가 뭘까요? LCC는 Low Cost Carrier의 약자입니다. 기내 서비스를 줄이거나 항공기 기종을 통일해 유지 관리비를 낮추는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하는 항공사입니다. 반면 다양한 서비스를 강조하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 항공사는 FSC(Full Service Carrier)라고 부릅니다.
과거 1970년대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단거리 구간을 최소한의 서비스만 제공하면서 낮은 운임을 받는 방법으로 가격 전략을 짠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보다 소득수준이 더 높고 항공기 이용 빈도수가 높았던 미국, 유럽 등에서 LCC 항공사들이 먼저 성장했습니다.
국내에서도 LCC들이 경쟁하면서 몇 천원대의 제주도 항공권이 등장한다거나 1만원대의 일본 항공권이 나오는 등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깜짝 놀라게 할만한 가격표가 항공권에 붙기도 합니다. LCC들이 아무리 서비스를 최소한으로 한다고 해도 승객당 불과 몇 천원만 받고 그 큰 비행기를 띄울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LCC들은 항공기 기종을 단일화해 조종 인력과 부품 효율화를 꾀합니다. 그래야 조종사들의 교육비를 줄일 수 있고 부품 가격도 최대한 낮게 구할 수가 있습니다. 정비 인력 역시 대부분 유사한 기종만을 손볼 수 있기 때문에 단일 기종을 운용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각 항공사들은 저마다 기발한 발상으로 '원가절감' 노력을 해 그 비용을 모두 티켓 가격을 낮추는 데 쏟아붓습니다.
LCC들은 우선 승객들에게 신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신문이 몇 백원이나 한다고 그것을 안주느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청소 비용입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FSC들이 매년 신문을 비롯해 비행기 내부를 청소해주는 외주업체들에 지불하는 비용만 수억원에 달합니다.
이스타항공은 승무원 유니폼을 해외 유명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제작하던 기존의 틀을 깨고 동대문 시장에서 옷을 제작합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돈을 쓰기보단 차라리 그 비용을 티켓 값을 낮추는 데 쓰겠다는 전략입니다. 이스타는 비행기 연료사용량을 절감하기 위해 면세품 정보가 들어있는 기내지의 재질도 바꿨습니다.
제주항공은 기내식, 기내음료를 모두 제공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물만 승객들에게 제공합니다. 기내식을 별도로 원하는 승객들에게는 사전에 예약을 받아 돈을 받고 서비스를 합니다. 샌드위치, 과자류, 맥주 같은 주류 등은 현장에서 구매하도록 했습니다.
필수 서비스를 최소화해 비용을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항공사 자체적으로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진에어는 종이 대신 전자문서를 활용하는 이른바 '페이퍼 리스' 시스템을 쓰고 있습니다. 종이 한 장까지 아끼겠다는 것입니다. 또 사내에서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자제시키고 점심시간 및 퇴근 시간 이후에는 소등 조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대부분의 보고에서 종이를 없애기 위해 태블릿 PC를 팀별로 제공했습니다. 만약 업무 중 종이를 사용해야 할 경우 흑백으로만 인쇄하도록 유도해 사무비용을 절감한다고 합니다. 사장 보고시에서도 예외가 없습니다.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조종시에 반드시 필요한 비행교범, 항로지도, 공항정보 등이 들어있는 운항교본을 모두 전자화해 항공기 1대당 연료사용량을 0.017% 낮췄습니다. 원래 운항교본은 조종사들 사이에서 전화번호책으로 불릴 정도로 두꺼운 종이책 형태였습니다.
국내보다 앞서 LCC가 발전한 해외 항공사들은 더 다양한 형태의 방법으로 원가절감 노력을 합니다.
에어아시아는 승객이 직접 집 또는 공항 키오스크에서 체크인해 탑승 절차뿐만 아니라 수하물 택까지 프린트할 수 있게 해 서비스 비용을 낮췄습니다.
또 항공기 좌석을 주기적으로 경량화하는 작업을 통해 연료비를 줄이고 있으며, 대행사이트 및 여행사를 통해 판매하던 티켓도 자체 플랫폼(판매비율 85%)으로 전환 작업을 진행해 수수료를 줄이고 있습니다.
기내에선 전 좌석에 모니터를 제거하고 대신 원하는 승객들에 한해 태블릿 PC를 제공해 저작권 및 시설물 설치 비용을 줄이기도 합니다. 취항 도시에선 메인 공항 대신 제2공항 및 LCC 전용 터미널에 취항하는 등 전략적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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