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공시 前 지분매각"… 금감원, 상장사 28곳 점검

입력 2018-03-29 18:48   수정 2018-03-30 06:13

'비적정' 의견…관리종목 지정
차바이오텍·에프티이앤이 등
내부정보 이용 주식매각 의혹



[ 김우섭 기자 ] 금융당국이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을 받기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회사 관계자들이 주식을 미리 판 혐의가 있는 상장회사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달 들어 감사의견 결과를 공개한 상장사 가운데 한정·부적정·의견 거절 등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28개 상장사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9일 “재무제표에 연구개발(R&D) 비용을 자산으로 분류하지 않는 등 회계 방식이 바뀌면서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는 상장사가 늘었다”며 “이들 가운데 감사의견 공시 전 회사 관계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판 사례가 여럿 있어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비적정 감사의견으로 관리종목이 된 상장사 전체의 회사 관계자 주식거래 내역을 들여다보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우선 코스닥 상장사 차바이오텍 대주주 일가의 주식거래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차바이오텍은 지난 22일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지난해 재무제표 감사의견을 ‘한정’으로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한정은 ‘재무제표상 일부 항목이 잘못 작성돼 회사 재무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의미로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해당한다. 지난 22일 이후 이날까지 이 회사 주가는 36.3% 하락했다.

차광열 차병원그룹 회장의 사위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은 차바이오텍이 주가 하락 전 보유 주식을 상당수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사장은 지난 1월 보유 중인 차바이오텍 전환사채(CB)를 주식 8만2385주로 전환했다. 이후 지난달 5일부터 이달 8일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주식을 처분했다.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은 코스닥 상장사 에프티이앤이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박종만 수석부사장은 거래정지에 앞서 1월24일과 지난달 8일 두 차례에 걸쳐 보유주식 56만 주를 팔았다. 박 부사장의 지분은 1.99%에서 1.16%로 줄었다. 처분 규모는 37억원 정도다. 보유주식의 41.4%를 지난 22일 감사의견 공시 전 팔아치운 것이다. 금감원은 감사 의견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감사의견을 내놓기 전 호재성 소문을 내 주가를 끌어올리거나 유상증자를 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이들 역시 사전에 감사의견 결과를 알았을지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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