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CEO의 경영노트] 감정기복 심한 창업자, 스타트업 조직문화 망친다

입력 2018-03-29 19:07   수정 2018-05-29 09:26

<1> 인재 채용과 기업 문화

서숙연 해빛 대표 “직원은 이기적 존재… 희생 강요하지 말라”
이복연 올포펀 대표 “스톡옵션, 전가의 보도처럼 남용하면 안돼”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어느 조직이든 사람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을 담은 격언이다. 자금도 시간도 부족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게 HR(human resource)은 더더욱 어려운 숙제일 수 밖에 없다.

29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열린 ‘좋은 인재 채용을 위한 스타트업 HR 인사이트’ 특강에서는 육아콘텐츠 스타트업 해빛의 서숙연 대표, 증강현실(AR) 게임 스타트업 올포펀의 이복연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두 사람은 스타트업이 뛰어난 인재를 모으고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려면 창업자의 ‘평정심’과 ‘솔선수범’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지 말고, 직원에게 지나친 이해와 희생을 기대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또 자신도 지키지 못할 원칙은 요구하지 말고, 한 번 약속한 보상은 반드시 지키라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대학원에서 인사관리로 석사학위를 받고 소셜미디어 스타트업 빙글에서 인사팀장으로 일한 이력이 있다. 이 대표는 한국IBM, 삼성SDI, 롯데미래전략센터 등 대기업을 거치며 PMI(인수합병한 기업의 조직을 통합하는 작업) 업무를 경험했다.

① 밑도 끝도 없이 ‘버럭’, 당신 같으면 사표 안 내나

서 대표는 “스타트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라 HR에도 정답은 없다”면서도 “초기 핵심 멤버의 말과 행동이 곧 회사의 문화가 된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자의 감정기복이 심하면 회사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대표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버럭하는 일이 잦아지면 의사소통 방식의 일부로 굳어진다”고 했다. 창업자는 ‘평정심의 끝판왕’이 되어야 한다는 게 서 대표의 주문이다.

이 대표 역시 “대표의 감정 컨트롤(통제)은 직원들이 느끼는 안정감과 직결된다”며 “예측 불가능한 감정기복은 회사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특히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이 불일치하는 ‘이중 메시지’를 보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업무 성과가 마음에 안 들어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도 ‘잘 하고 있다’고 말하고 불만을 쌓아가는 식이다. 이 대표는 “사람은 누구나 이중 메시지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며 “차라리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말하되,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은 싣지 말라”고 조언했다.

② 직원은 창업자가 아니다… 헌신을 기대하지 말라

두 사람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직원들은 몰라준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월급도 많이 못 주면서 어떻게 지나친 희생을 바라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서 대표는 모든 직원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입사한 ‘이기적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가치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절히 균형을 맞추고 방향을 설정하는 게 대표의 역할”이라며 “대표가 힘든 것을 알아주고 성격을 맞춰줄 것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많은 스타트업이 스톡옵션 지급을 ‘전가의 보도’처럼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직원들 입장에선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이 창업자의 그것만큼 높은 가치로 느껴지진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향후 투자 유치 등으로 창업자 지분이 희석, 경영권을 지키기 쉽지 않은 상황에 대비해서라도 스톡옵션을 너무 쉽게 나눠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스톡옵션을 주는 순간 직원에 대한 창업자의 기대치는 확 높아진다”며 “나중엔 ‘피 같은 주식을 떼어줬는데 왜 저것밖에 못 하느냐’ 싶어 감정을 절제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③ 직원 함부로 뽑지 말라… 약속한 보상은 무조건 지켜라

두 사람은 스타트업의 인재 채용을 ‘연애’나 ‘결혼’에 비유했다. 당장 누군가 필요하다고 해서 덜컥 시작할 게 아니라,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서 대표는 “한 명이 하던 일에 사람을 더 뽑아 열 명을 붙인다고 성과가 열 배 나지 않는다”며 “오히려 조직 관리가 복잡해지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특정 스킬(기술)만 필요한 일은 차라리 당장 돈이 더 들더라도 프리랜서를 써서 해결하는 게 낫다”고 권했다.

아울러 열심히 일하면 보상과 인정이 반드시 따라올 것이라는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연봉을 올려주기로 약속했는데 자금이 빠듯하다면 내 연봉을 깎아서라도 줘 왔다”며 “약속이 깨지기 시작하면 회사의 성장에 대한 믿음도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나중에 잘 해주겠다’며 무조건 연봉을 묶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연봉을 동결해야 하는 상황이더라도 1년 단위로 연봉 협상과 성과 면담은 꼭 하는 것이 좋다”며 “성과가 좋은 직원에게는 아주 작은 성과급이라도 챙겨주거나, 직급을 올려주는 등 여러 방법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에서 최적의 보상체계로 ‘약간 적은 월급+인센티브’를 꼽았다. 그는 “월급은 동종업계 평균보다 약간 낮게 책정해도 설득을 잘 하면 의외로 많은 직원들이 이해해 준다”고 했다. 다만 “인센티브를 보험이나 자동차 영업맨처럼 개인별 성과에 기반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어느 시점에 회사 실적이 이만큼을 달성하면 이만큼을 주겠다고 계약서에 명시하고, 반드시 지키라”고 조언했다.

이날 특강에서 두 사람은 스타트업이 ‘사람을 쉽게 뽑고 쉽게 내보내는 문화’에 빠져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는 “구글이나 애플이 면접을 6~7회씩 보는 이유는 인재 채용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그들처럼 면접을 많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더욱 신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서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출퇴근, 휴가, 연봉, 성과측정과 보상체계 등 모든 정책을 하나씩 꼼꼼하게 정립하고 모든 임직원이 지키도록 하라”고 제언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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