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가다 신호대기에 걸렸는데 기사분께서 혼잣말로 중얼거리셨다.
"왜 저런 말을 굳이 붙여서 뒤차 기분 나쁘게 하는지 모르겠네."
앞차 뒷유리에는 인상을 쓰며 흘기는 얼굴 모양과 함께 '차 안에 소중한 내 새끼 있다'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나 역시도 보자마자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가끔씩 '아이가 타고 있으니 조심하숑',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와 같은 스티커들을 볼 수 있다.
재미를 주려고 했겠지만 본의가 어떻든 문구만으로는 '내 아이는 귀하니 알아서 피해 주지 말고 비켜가라'는 듯한 뉘앙스가 풍겨 불쾌감을 자아낸다. 특히 '까칠한'이라는 단어가 붙으면서 부모까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아기를 태운 차에 붙이는 'baby on board' 스티커의 유래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지만 교통사고가 난 부모가 이틀 만에 의식불명에서 깨어나서 '아이는요?'하고 찾는 바람에 폐차장에 가보니 뒷자리에 사망한 아이가 있었다는 일화가 가장 유명하다.
아이가 타고 있으니 양보 해달라거나 뒤차가 조심하라는 의미가 아닌 사고 났을 때 아이를 먼저 구조해 달라는 의미라는 것.
이조차 낭설이라는 말도 있지만 실제 일어날 만도 한 일이라 왠지 섬뜩해진다. 이 때문에 스티커는 깨지는 유리에 붙이는 게 아니라 차체 뒷부분에 붙여야 한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있게 다가온다.
부드러운 문구의 스티커도 많은데 굳이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문구로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세상을 더 팍팍하는걸까.
아이를 키우지만 일부 자기 아이를 극도로 소중하다 생각하는 부모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진다. 동시에 '난 어땠지?'하고 되돌아 보게도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아이 또는 내가 타인에게 민폐를 끼쳤을 수도 있는 거니까.
나한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하고 예쁜 아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예쁜 짓을 해야 예뻐 보이는' 존재일 뿐이라는 걸 명심하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도로 위에서도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장래에 판검사 될 내 새끼 타고 있다. 비켜' 이런 문구는 자제하자.
유머감각이라고 하기엔 정말 센스 꽝 짜증 유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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