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SDI·화재, 물산 지분 매각… 순환출자 7개 고리 모두 끊는다

입력 2018-04-01 17:54  

삼성 순환출자 해소

지배구조 개편 작업 재개

삼성전자, 주주가치 높이기 위해 자사주 소각
지분율 '10% 초과' 생명·화재, 전자 지분 매각 고민
정부 전방위 압박에 서둘러 지배구조 새판짜기



[ 좌동욱 기자 ] 삼성그룹은 2016년 하반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중단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비율 불공정 논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에 대한 뇌물죄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편을 주도했던 그룹 컨트롤타워(미래전략실)는 지난해 3월 해체됐다.

삼성이 다시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하는 것은 금산분리, 순환출자 해소 등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재벌개혁’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머지않아 삼성그룹도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삼성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내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한 직후였다.


◆“순환출자 전면 해소하겠다”

삼성이 우선 검토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순환출자의 전면 해소다. 지난달 공정위의 행정 명령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기존의 순환출자 유권해석을 바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404만 주(2.11%)를 오는 8월26일까지 매각하라고 통보했다. 공정위는 2015년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삼성SDI는 2016년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904만 주 중 합병으로 추가된 500만 주만 처분했다. 하지만 정부가 바뀌자 공정위는 합병으로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며 기존 유권해석을 번복했다. 다만 삼성은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삼성SDI뿐 아니라 삼성전기(2.61%), 삼성화재(1.37%)가 들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도 팔겠다는 계획이었다. 삼성 계열사의 7개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낼 수 있어서다. 순환출자는 계열사 주식 소유 관계가 A→B→C→A 등으로 순환되는 구조다.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이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들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은 31.58%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등을 포함하면 33%를 넘어선다.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6.1%가 없어도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재계 1위 그룹인 삼성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없앤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남은 문제는 삼성물산 지분을 언제, 누구에게 팔지를 정하는 일이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계열사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이 비슷한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대기 물량이 남아 있으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자 지분 매각 규모에 촉각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삼성물산 주식 처분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현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이 전자 지분 매각을 검토한 것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상 규제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45조원어치의 자사주 13.3%를 2년에 걸쳐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기업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편법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정작 삼성전자 대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경영진은 삼성전자의 발표 이후 연일 대책 회의를 열었다는 전언이다. 의도치 않게 금산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산법 24조는 금융회사가 다른 기업 지분 10% 이상을 소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10% 이상 소유할 수 있는 자회사를 금융사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결국 금융사는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업체 지분을 10% 이상으로 확대해선 안 된다는 규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 상반기에 자사주 941만 주(7.29%)를 소각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율은 8.23%에서 8.88%로, 삼성화재는 1.44%에서 1.55%로 각각 높아진다. 두 회사가 보유하게 되는 삼성전자 지분은 9.67%에서 10.43%로 올라간다. 10%를 초과한 0.43%는 팔아야 한다. 시가(3월30일 종가 기준)로 1조3200억원 규모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추가 소각하면 다시 전자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계열사의 제조업체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규제와 감독이 강화되는 추세도 부담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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