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닻 올리는 '이주열호'…산적한 과제들

입력 2018-04-01 23:42   수정 2018-04-01 23:43



(김은정 경제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2기 체제가 시작됐습니다. 44년 만에 첫 한은 연임 총재라는 의미 있는 타이틀도 있지만 앞으로 4년이 결코 녹록지만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일단 10년 7개월 만에 역전된 한미간 정책금리부터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경기 개선에 힘입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급격한 해외자금 유출을 막으려면 한은도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지만 지지부진한 물가상승률에 부진한 내수까지 감안하면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선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랍니다. 여기에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 빚도 고민거리입니다. 금리 인상에 속도를 높이게 되면 가계와 기업의 상환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어서죠.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활황을 틈타 빠르게 불어난 가계 빚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항상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떠밀려 억지로 금리를 올리게 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 있습니다.

통상·수출 여건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세를 지탱해온 수출에 불안감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보호무역주의가 점차 강화되고 있고, 이 와중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선 무역 전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연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요.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여러 충격을 줄이면서 적절한 시기에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하는 묘수가 이 총재 2기 체제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겁니다.

내부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연임 결정을 두고 한은 노동조합과 불거진 갈등이 대표적입니다. 한은 노조는 이 총재의 조직 운영 방식과 인사 등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외부에서도 보수적이고 경직적인 한은 조직 문화에 대한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르면 다음달 초 단행될 한은 부총재보 인사야 말로 이 총재의 2기 체제 운영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입니다. 당장 대규모 조직 정비를 하거나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현재 공석인 부총재보 자리를 채우면서 조직에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현재 한은 부총재직은 두 자리가 공석입니다. 올 초 주택금융공사 부사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김민호 부총재보가 퇴임한 데다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전승철 부총재보도 지난달 말 한은을 떠났거든요.

부총재보 보강 인사가 이뤄지면 국장급 인사도 연쇄적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간부 인사에 오는 7월 정기 인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 총재가 한은의 체질 개선과 전문 역량 강화, 조직 추스르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이 총재가 긴 호흡으로 안팎으로 요구되는 한은의 정책적 과제를 해결하고 변화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길 기대해봅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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