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7) 수요·공급곡선과 가격
[ 정영동 기자 ] 조선 정조 때 이야기 한 토막. 한양에 기근이 들자 쌀 가격이 폭등했다. 정조는 쌀을 비싸게 파는 상인을 사형에 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때 연암 박지원이 반대 의견을 냈다. “전하, 지금 전국에서 상인들이 한양의 쌀값이 몇 갑절이나 뛰었다는 소식에 쌀을 싣고 한양으로 달려오는 길인데, 전하께서 비싼 값에 파는 자의 목을 치신다고 하시니, 다들 돌아가지 않겠사옵니까. 그들이 쌀을 싣고 오면 자연히 값은 떨어질 터, 전하께선 정녕 백성들을 굶겨 죽이실 작정이십니까!”
박지원의 생각에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법칙이 들어 있다. 소비자는 가격이 저렴할수록 구매하고자 하는 반면 생산자는 자신이 생산한 물건의 가격이 높을수록 공급량을 늘리려 한다. 바로 가격에 따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경제학에서는 수요·공급 곡선상에서 가격 변화에 따라 수요량과 공급량이 바뀌는 것을 수요량, 공급량의 변화라고 말한다.
재화·서비스의 가격 변화는 수요·공급 곡선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변한다. 즉 소득 수준, 인구 변화, 소비자 선호, 다른 재화(대체재, 보완재)의 가격변화 등으로 수요곡선 자체가 이동하는 것을 수요의 변화라고 한다. 기술 수준, 경기 전망, 생산비용의 변화 등으로 공급곡선 자체가 이동하는 것을 공급의 변화라고 한다. 시장에서는 이런 수요·공급 곡선상 또는 곡선 자체의 변화에 따라 가격이 상승 또는 하락하며 이를 통해 시장가격이 형성된다.
다시 박지원의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기근이 발생했다. 백성들은 쌀을 확보하기 위해 쌀가게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한양에서 준비돼 있는 쌀은 턱없이 부족했다. 정조는 비싸게 파는 상인들을 죽이려 했지만, 박지원은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량이 증가하는 경제학의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반대했다. 높은 가격이 신호를 줘 지방의 상인들은 쌀 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며 한양으로 몰렸다. 결국 쌀의 공급이 증가하자 시장가격은 안정됐다. 테샛은 수요와 공급곡선에 관한 문제를 다양한 유형으로 출제한다. 다음 문제를 보자.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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