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채연 기자 ] “국민의 생명 안전과 정부의 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엠바고(보도유예) 해제를 결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일 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지난달 27일 한국 선원 3명이 피랍된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의 엠바고 해제 논란이 불거지자 이렇게 설명했다.
외교부는 통상 납치 사건이 발생할 경우 납치범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자국민이 귀환할 때까지 엠바고를 유지하는 관례를 깨고 지난달 31일 저녁 느닷없이 엠바고 해제를 기자단에 통보했다. 피랍 선원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고, 상황 변화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휴일인 토요일 저녁에 엠바고를 기습 해제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피랍 사건이 공개될 경우 “국민 안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고, 향후 석방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나 언론에 상황이 공개됐고, 좋은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 중이고, 가족과 협의를 마쳤다”며 “협상이 장기화될 우려도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여야 할 필요가 있어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엠바고가 해제된 직후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지난달 28일 청해부대의 문무대왕함을 피랍 해역으로 급파한 사실을 공개했다. 정황상 엠바고 해제가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지 언론에 피랍 사실이 공개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외신 보도가 나간 시점은 외교부가 엠바고 해제를 통보하기 사흘 전인 지난달 28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정부가 오히려 늑장 대응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엠바고 건이 돌멩이에 새긴 것도 아니고, 상의해 가며 적용할 수 있지 않으냐”며 당국 필요에 의해 언제든 엠바고를 파기할 수 있는 듯한 발언도 했다.
피랍 사건 공개가 국민 안전에 도움이 된다거나 취재진이 납득할 만한 상황 변화가 생겨 엠바고가 해제됐다면 이를 추궁할 언론은 어디에도 없다. 외교부는 석연찮은 해명만 내놓은 채 “앞으로는 피랍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은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 생명이 최우선”이라는 외교부 설명이 공허하게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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