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어느덧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운전하는 자동차’만 연구하는 회사는 ‘운전하지 않는 자동차’를 연구하는 새로운 경쟁자에 의해 밀려날 수 있는 세상이다. 금융업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필자는 요즘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을 디지털로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초에는 디지털 콘퍼런스라는 행사를 열어 전기자동차, 3D 프린터, 가상현실, 드론 등의 시연을 통해 직원들이 신선한 자극을 느끼도록 했다. 또 지역마다 따로 하던 행사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스마트폰 생중계로 동시에 진행했다. 행사에 대한 직원들의 호응이 높아 디지털에 대한 인식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동안 금융에서 디지털은 핀테크(금융기술)를 중심으로 한 금융 거래 편의성 측면이 주로 부각돼 왔다. 1년 전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도 이용자에게 편리함을 주면서 비대면 거래 활성화를 이끄는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해왔다. 이제 모바일뱅킹은 금융 거래의 40% 이상을 차지해 가장 이용률이 높은 채널이 됐다. 반면 자동화기기와 인터넷뱅킹 비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지점 창구는 이제 5%에 불과하다.
지난 2월 새로운 모바일뱅킹 플랫폼을 시장에 선보이며, 사내에 디지털 영업의 원년이라고 선포했다. 이제는 단순한 거래 편의성을 넘어 본격적으로 디지털 영업을 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바야흐로 금융 먹거리 창출의 핵심 채널로 부상한 것이다.
그동안 오프라인 영업점을 보완하는 수단에만 머물렀던 모바일뱅킹은 빠르고 직관적인 금융 거래는 물론 인공지능(AI) 챗봇을 통해 개인별 맞춤화된 상담까지 가능하게 됐다. 이제 더 나아가 고객이 먼저 묻지 않아도 금융과 연결된 일상의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 이것이 디지털 금융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전자정부시스템을 도입해 전 세계 누구나 ‘디지털 시민’이 될 수 있고, 한 시간 만에 회사도 차릴 수 있는 ‘디지털 국가’도 있다. 동유럽 변방의 에스토니아 이야기는 디지털이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의 삶까지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흔히 디지털은 빠르고 편리하지만 차가운 이미지가 떠오르고, 아날로그는 느리고 불편하지만 따뜻함이 생각나게 한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결합해 사람 중심의 무대를 만들자’는 제작자의 의도가 큰 감동을 줬다. 우리의 상상이 현실이 되고 디지털의 힘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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