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 첫 거래를 시작한 미국 뉴욕증시가 폭락세를 나타냈다. 무역전쟁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단 아마존 비난 발언에 기술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3일 국내 증시도 하락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간 많은 전문가들이 4월 증시는 변동성 완화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결국 또 트럼프발 정책 불확실성 이슈가 불거져 나오면서 변동성 여파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내외 환경을 고려한 투자 전략을 수립하라는 조언이다.
이날 오전 11시11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90포인트(0.65%) 내린 2428.26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는 2420선에서 하락 출발했다. 장 초반에는 1%가 넘는 낙폭을 보이기도 했으나 현재는 내림폭이 다소 잦아든 분위기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내리면서 국내 주식시장도 조정세를 피하지 못했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미국 증시는 무역전쟁 우려와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아마존 비난 발언에 기술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수가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93.33포인트(2.74%) 내린 6870.12를 기록했다. 그동안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던 기술주는 이날 가장 큰 낙폭을 보여, 전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게 됐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458.92포인트(1.90%) 떨어진 23,644.19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58.99포인트(2.23%) 하락한 2581.88로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는 장중 758.59포인트가 빠져 올해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아마존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5.21% 급락했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단지 바보들이나 그보다 못한 사람들만이 우리의 돈을 잃고 있는 우체국이 아마존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우체국은 손해를 보고 있고, 이는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평한 운동장이 아니다"라며 "충분히 세금을 내고 있는 우리의 소매업체들이 전국에서 문을 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 우려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며 매도세가 확대됐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중국이 보복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은 2일부터 128개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부과에 대한 보복조치로 돼지고기 등 8개 품목에 25%, 과일 등 120개 품목에 15%를 부과한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P 500 지수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이후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을 하향 돌파했다"며 "밤 사이 기술주 하락은 불확실성을 회피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투매에 가까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의 조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2월 초 물가와 금리 우려, 2월 말과 3월 중순부터는 보호무역주의 우려, 3월 말부터는 기술주 우려 등 미국 증시에 풍파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시장 전반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 미치는 여파도 클 것으로 보이면서 당분간은 주식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방어 전략으로 시장을 대응하라는 당부가 전문가들을 통해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은 전 세계 기업실적 전망 둔화, 주요국 간의 교역분쟁,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 경기 성장성 약화와 같은 리스크 요인들이 단기간 내에 해소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동안 자산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던 위험자산 강세가 막바지 국면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리스크가 완화되거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아지기 전까지는 주식의 적극적인 매수를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주가가 크게 저평가된 만큼 주식 투자비중을 줄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이다.
이상민 바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 수준"이라며 "밸류에이션 상으로 매력적인 구간에 있는 만큼 주가가 크게 빠졌을 때 매수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이어 "관세 이슈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게임이나 엔터, 미디어주를 눈여겨 보라"며 "중국 한한령 해제의 기대감이 적극 반영되고 있는 곳이 화장품주도 유망하다"고 권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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