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단 정부發 시장교란… 국정은 실험대상 아니다

입력 2018-04-03 17:37  

일자리, 최저임금, 탈원전, 대입 등 혼선 속출
정책실험 끝내고, 양면성·정부실패 경계해야



정책의 목표나 취지가 좋다고 ‘좋은 정책’은 아니다. 결과까지 좋아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내놓는 경제정책마다 시장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심각하게 따져볼 문제다. 정책이 리스크로 작용하는 ‘정부발(發) 시장교란’인 셈이다. 우선 순위에 둔 일자리, 소득불균형 등의 난제에 대해 근본 원인을 천착하지 않고, 당장 급한대로 땜질과 재정 동원에 급급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자리 대책은 ‘정부발 시장교란’의 대표 사례다. 청년실업의 절박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가설로 고용시장이 왜곡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공무원 증원이 ‘공시생’만 늘리고, 친(親)노동계정책이 기업 채용여력을 위축시키는 데 대한 고민이 안 보인다.

‘특단의 대책’이라고 내놓은 중소기업 취업 청년 임금보전(3년간 연 1035만원) 방침도 마찬가지다. 지원이 끊긴 3년 뒤 예상되는 이직 사태는 차치하고, 당장 기존 재직자와의 임금역전이 불가피하다. 그러자 정부는 1년 이상 재직자까지 세금으로 지원하겠단다. 땜질이 땜질을 부르는 꼴이다. 고용문제는 기업 활력 저하, 노동시장 이중구조, 임금 경직성 등에 대한 처방 없이는 어떤 대책도 안 먹힌다.

‘최저임금 1만원’ 실험은 “1년 해보고 속도조절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방치하기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연초부터 생활물가가 뛰고 저임 근로자가 많은 도·소매, 음식·숙박업에서만 2월 중 일자리가 11만4000개나 줄었다. 5~6월께 일자리 쇼크가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충격을 완화해 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꽉 막혔는데, 곧 내년 최저임금 협상이 시작된다. 여기에다 근로시간 단축 충격은 아직 시작도 안 됐다.

대입을 둘러싼 정부발 혼선은 점입가경이다. 하도 자주 바뀌어 고3부터 고2, 고1, 중3까지 모두 다른 제도 아래 입시를 치를 판이다. 공교육 정상화란 목표는 실종되고 사교육만 날개를 달게 돼, 누구를 위한 정책실험인지 알 수 없다. 이밖에도 무리한 탈원전 실험은 해외 원전수출 독려와 모순된 행보로 여전히 혼란스럽다.

이 같은 정부발 시장교란이 위험한 것은 시장의 자율적 복원력을 훼손해 위기상황에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직은 세계경제 훈풍, 세수 호조 등에 가려져 있지만, 각 분야의 미시적 균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을 흔드는 정책이 쌓이고 쌓이면 정부가 의도한 고용·내수 회복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도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세계 어디에도 전지전능한 정부는 없다. ‘유능한 정부’를 지향한다면 경제정책의 명암이란 양면성과 정부실패의 위험성을 늘 상기해야 한다. 하물며 검증되지 않은 정책실험은 득보다 실이 너무나 크다. 국정은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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