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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균신(神). 대중이 배우 신하균을 부르는 별명이다. 신이 내린 연기력으로, 맡은 배역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런 그가 이번엔 불륜남을 연기했다. 20여 년간 연기 내공을 쌓아온 베테랑 연기자임에도 어려운 숙제였다고. 하지만 신하균은 또 해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감독 이병헌)은 불륜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석근(이성민 분),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한 매제 봉수(신하균 분), SNS 중독자이자 봉수의 아내인 미영(송지효 분), 치명적 매력을 가진 제니(이엘 분) 네 사람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그린 '어른들의 코미디'다.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하균은 캐릭터 분석 과정부터 자신의 연기관 등에 대해 털어놨다.
"관객들이 많이 웃을 수 있다는 걸 시사회에서 느꼈어요. 감독님이 정말 계산을 잘한 거죠. 코미디는 역시 치밀하게 계산해서 촬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 갖게 됐어요."
극 중 신하균은 무기력한 남편에서 우연히 바람의 신동이 되는 '봉수' 역으로 열연했다. 특히 어설프게 바람의 세계로 입문하고, 내연녀의 과감한 행동에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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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배우들은 촬영에 앞서 자신의 캐릭터를 공부하고 분석하는 노력을 들인다. 하지만 신하균 입장에선 불륜에 맛 들이는 '봉수'의 심정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고. 현재 미혼인데다 바람을 피워본 경험도 없기 때문이다.
"제가 안 가본 세계라 공감이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왜 그러는지에 대해 이해와 가능성을 열어두면 모든 역할에 접근할 수 있어요. 상상력이라는 무기가 있으니까요. 제가 결혼한 후에 다시 이런 연기를 하면 또 다른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요?"
얽히고설킨 절묘한 상황들은 감독의 정확한 계산 아래 탄생했다. 찰진 말맛을 살린 대사, 어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19금 이야기는 관객들의 공감대를 얻고 웃음을 안긴다. 신하균은 촬영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절제된 연기'와 '타이밍'을 꼽았다.
"감독님 특유의 뉘앙스가 독특해서 감독님을 잘 따라가야 재밌게 나오더라고요. 코미디에선 감정도 중요하지만 표현력도 중요해요. 과해서도 안 되고 리듬감을 타면서 대사를 쳐야 하거든요. 중간 지점을 찾아 새로운 색을 입히기 위해 신경 쓸 게 많았어요."
'바람'을 소재로 한 코미디이기에 '불륜을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바람 바람 바람'은 '하찮은 쾌감에 대한 허무함'이라는 메시지를 담으며 네 사람의 관계, 그리고 철없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춰 '귀여운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불륜을 옹호하거나 미화시키는 영화는 아니에요. 이런 소재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했죠. 코미디 장르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감각적인 연출로 재밌게 풀어내면 새로운 영화가 나올 거라는 생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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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순재는 인터뷰를 통해 "돈을 몇십억씩 벌면서 배우로서는 부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꾸준히 연기를 잘 하는 배우도 있다"며 톱스타들의 행보에 일침을 가한 바 있다.
대중이 본 신하균은 후자에 속한다. 브라운관, 스크린을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해왔고, 어떤 캐릭터든 자신만의 매력을 담아 독보적인 인물로 탄생시켜 극찬을 받았다.
데뷔한지 어느덧 20년이 됐다. 자신의 위치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대중의 사랑에 감사함을 표하는 그의 답변엔 배우로서의 책임감과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연기하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는 걸 느껴요. 저를 필요로 하는 자리가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몰라요. 새로운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다면 그것만 한 큰 즐거움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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