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호조와 함께 역대 최고 수준의 주가를 찍었던 하나금융지주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배구조 논란에 채용비리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불거진 탓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경영 영속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당분간 투자심리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후 1시42분 현재 하나금융지주는 전날보다 300원(0.71%) 내린 4만2150원에 거래중이다. 지난 2일 이후 사흘째 약세다.
최근 2년 반 동안 꾸준히 상승세를 탔던 하나금융의 주가는 올 초까지만 해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하나은행·외환은행의 성공적 통합 이후 실적 개선세가 지속되고 금리인상기를 맞이하면서 외국인들의 러브콜을 받은 덕이다.
지난해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2조468억원을 기록했다. 2005년 지주사 설립 후 처음으로 2조 클럽에 입성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실적 순항 덕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3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하나금융 주가는 지난 1월12일 사상 최고치인 5만6000원을 찍었다.
그러나 주가는 불과 석 달여만에 4만원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고점 대비 25% 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지주사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고, 금감원장 사퇴까지 불러일으킨 채용비리가 터지면서 주가는 빠르게 상승폭을 되돌렸다.
최근 금감원은 하나은행의 전현직 은행장들이 연루된 2013년 채용비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류전형 및 실무면접 등에서 합격 기준에 크게 미달한 지원자가 임원 추천으로 최종합격하는 부정채용이 드러난 것이다.
확인된 채용비리 정황만 32건으로, 해당 년도 전체 합격자(229명)의 14%가량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채용비리에 관련됐다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행장 모두 추천한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고 나섰지만, 하나금융에 대한 투자심리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증권가에서도 하나금융 사태를 가볍게 보지 않고 있다. 순이익 증가세, 배당성향 등이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CEO리스크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주가 불확실성은 증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채용비리와 관련한 CEO리스크 등이 불거지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영 영속성 훼손 가능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 6만20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내려잡았다"고 강조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도 "하나금융은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했던 종목이나 지배구조 등이 불확실해지며 외국인, 기관들이 등을 돌렸다"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중간에 사퇴할 경우엔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을 중심으로 '팔자'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또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의 취임 소식도 하나금융을 비롯한 은행주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기식 원장은 평소 '재벌 개혁'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밀어붙여 국회의원 시절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김 원장이 채용비리 문제를 시작으로 하나금융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 연구원은 "김 원장의 취임을 계기로 금융당국이 금리 등을 포함한 금융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며 "금리인상기에 본격 진입했음에도 은행의 예대마진 개선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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