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수사 철회해야" 뿔난 의료계

입력 2018-04-0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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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 간호협회, 의대교수협회 등 잇따라 성명
일부 의사들, 개인 SNS 계정에 근조리본도 달아
의사들 "정부 시스템 문제를 개인에 전가한 것"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이대목동병원의 의료진이 4일 구속되면서 의료계가 강력 반발했다. 일부 의사들은 자신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근조 리본을 올리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회원 일동은 4일 성명을 내고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망한 신생아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시작한 성명을 통해 이들은 "단지 몇명 의사 처벌로 여론을 얼버무리려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에서 어렵고 위험한 의료행위를 더욱 기피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의료진 구속 수사를 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는 여론만을 의식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날 새벽 서울남부지법 이환승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의 주치의 조수진 교수와 박 교수, 수간호사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도 성명을 통해 비판했다. 의사협회는 "고령산모가 늘면서 신생아를 위한 의료 인력과 인프라 공급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증 환자를 진료하는 상급의료기관의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인력 확보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번 구속으로 신생아 미숙아에 대한 전문 진료 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생사 기로에 있는 중환자에 대한 소신 있는 진료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사는 물론 간호사 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입건된 간호사들이 수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증거인멸 시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법원이 수간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불구속수사 원칙에 반하는 부당한 처사"라고 했다. "입건된 간호사들이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도 했다.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이뤄지던 남부지법에서 지난 3일 1인시위를 열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최대집 차기 의사협회장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오늘을 치욕의 날로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며 "이땅 곳곳에서 중환자를 돌보는 의료인 전체가 구속된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한다면 보건복지부와 병원장까지 구속해야 타당하지 않겠는가"라며 "의사협회 산하 단체들과 의견조율해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의사들은 개인 페이스북 등 SNS 계정에 근조 리본을 달며 상실감을 표했다. '근조 대한민국 중환자실'이라는 검은색 리본을 게시한 한 의사는 "지금 한국 의료는 국가가 만든 저수가와 국가가 강요하는 강제진료와 병원의 수익이 합쳐져 인간으로서는 의료진이 할 수 없는 수준의 중환자 진료를 해왔다"며 "(의료진 구속 결정으로) 정부와 사법기관이 대한민국에서 중환자실 진료를 하지 말라고 선언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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