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정치 이슈로 번지는 신세계 '하남 프로젝트'

입력 2018-04-04 17:44  

주민들 "트럭 몰리는 물류센터" 일부 반대
"교통대란 우려"…국회의원·시장까지 가세

신세계, LH와 부지 매매계약 일단 연기
"물류센터 아닌 온라인센터" 주민설득 나서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선 '찬반 논쟁'



[ 안재광 기자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 최근 경기 하남시 주민들의 ‘민원 댓글’이 쇄도했다. 정 부회장이 지난달 말 올린 반려견 ‘첼시’ 사진에 “신세계의 하남 온라인센터 설립 계획을 철회해 달라”는 댓글 100여 개가 붙었다. “대형 트럭이 많이 오가면 교통사고가 우려되고 소음과 매연도 심각할 것”이란 주장이었다. 일부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6·13 지방선거’와 맞물려 하남시장과 지역 국회의원까지 가세하면서 정치이슈화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이 온라인센터 설립에 대한 찬반 논쟁의 장으로 변질되자 4일 관련 댓글이 달린 사진을 삭제했다.

“민심 돌아설라” 정치인도 반대 가세

신세계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진 것은 정 부회장이 물류센터를 연상시키는 온라인센터 개발 계획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그룹 채용박람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남 온라인센터 구상을 내놓았다. “하남에 산 땅은 용도가 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세상에 없는,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온라인센터를 짓겠다”고 답했다. 이마트는 지난달 26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2만1422㎡ 규모 하남미사지구 자족시설용지를 972억원에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LH가 기대했던 금액보다 훨씬 많았다. 정 부회장은 “30층 아파트 높이에 지역 랜드마크가 될 예술성을 가미하겠다”고 했다. “물류센터를 말하느냐”는 질문에 “물류센터라기보다 온라인 사업의 심장부”라고 강조했다. 준비한 발언은 아니었다. 땅을 구입하기로 한 지 불과 이틀이 지나서였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자신이 구상 중인 청사진을 줄줄 쏟아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하남시가 발칵 뒤집어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들은 “물류센터가 웬 말이냐”고 펄쩍 뛰었다. 오수봉 하남시장은 “LH가 하남시와 의견조율 없이 신세계에 땅을 팔았다”며 “주민 합의 없는 초대형 물류센터 설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남이 지역구인 이현재 의원(자유한국당)은 LH를 항의 방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신세계 물류단지 계획을 막아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결국 신세계와 LH는 토지매매 본계약을 연기하기로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해 곧 밝히겠다”며 “필요하면 주민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치겠다”고 했다.

신세계 투자 또 좌초되나

신세계는 과거에도 투자계획이 일부 강경 세력의 반대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경험이 있다.

부천 신세계백화점 설립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경기 부천시는 20년 가까이 방치된 부천 상동 영상문화단지 개발을 위해 작년 신세계와 백화점 설립을 전제로 한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부천시 주민들은 “주거 여건이 좋아진다”며 대체로 반겼다. 하지만 인근 지자체에서 반발했다. 인천 부평구, 계양구 등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부천시로 몰려와 항의 농성을 벌였다. 이 지역 구청장과 시의회 의원들도 반대 운동을 했다. 사업을 강행하려는 부천시, 이를 막으려는 인천시 간 감정싸움 양상으로 비화됐다. 결국 신세계는 부지를 반납하고 계획을 접었다.

이번 ‘하남 온라인센터’도 좌초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주민들은 “대형 트럭이 드나드는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동네가 안 좋아진다”고 불안해 한다. 신세계가 “물류센터는 아니다”고 해도 그렇다. 신세계는 미국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을 얘기한다. 아마존이 2010년 본사를 시애틀로 옮긴 뒤 이 지역에선 5만3000여 개 일자리가 생겼다. 지역 내 투자는 380억달러에 달했다. 아마존의 제2본사 설립 계획에는 미국 내 300여 개 도시가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신세계 온라인센터는 아마존 본사가 모델이다. 대규모 정보기술(IT) 전문인력이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 오피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곳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집중 발굴할 예정이다. 또 일부 시설물을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외관은 지역 랜드마크가 될 만한 디자인을 채택하기로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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