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하이저, 보복관세 주도
나바로는 '원조 보호무역론자'
왕치산, 中 대외관계 총괄
류허 '시코노믹스' 설계자
[ 워싱턴=박수진/베이징=강동균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통상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싸움을 주도하는 양국 장수(將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제공격을 날린 미국은 초강경파 일색이다. 대(對)중국 통상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세 도입’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을 밀어붙이는 데서 알 수 있듯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통상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20일 취임 직후부터 준비한 대규모 감세안이 상·하원을 통과하자 곧바로 중국 등 교역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주장해 각국과의 마찰을 불렀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등 주요 참모도 모두 강경파다. 뉴욕타임스(NYT)는 “올 들어 라이트하이저가 트럼프 경제팀에서 ‘키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0년 넘게 통상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과 보호무역의 필요성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감대, 일에 대한 집요함과 추진력 등으로 큰 신임을 얻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와 소비자단체 등의 반대에도 중국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한 보복 관세 카드를 끝까지 밀어붙인 것도 그의 작품”이라고 NYT는 전했다.
‘원조 보호무역주의자’로 불리는 나바로 국장도 ‘매파’로 꼽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놓고 고민할 때 비서실장 몰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면 하는 것”이라며 강경파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그는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의 통상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주도권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에 대한 보복전을 이끌고 있는 중국의 왕치산 국가부주석과 류허 부총리 역시 강경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 부주석은 중국의 대외관계를 총괄하고 있다. 당초 미·중 관계 개선에 주력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미국의 공격이 거세지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보복해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 주석 집권 1기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맡아 반대파의 온갖 협박과 방해 공작에도 부패 척결 작업을 강하게 밀어붙여 시 주석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었다.
‘시코노믹스(시진핑의 경제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류 부총리는 왕 부주석과 함께 대미 통상전쟁의 ‘투톱’ 역할을 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치고 사실상 경제사령탑을 맡아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방안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미국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부과 조치를 취했을 때 “중국의 이익을 보호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길 바라지만 안 되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강경 대응 의지를 분명히 했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강동균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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