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자전거·음식배달… 中 'M&A 전쟁' 배후는 알리바바·텐센트

입력 2018-04-04 19:20   수정 2018-05-04 00:31

모바일경제 영역파괴 가속
음식배달 서비스 1위 메이퇀
공유자전거·차량호출 시장 진출
차량호출 1위 디디추싱은
음식배달·공유자전거 시장 진출

1~2개 기업이 90% 점유한 시장
막후엔 최대주주 알리바바·텐센트
막대한 자금력으로 사업 확장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중국의 모바일 기반 경제 생태계에서 영역 파괴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음식 배달 서비스 1위 기업인 메이퇀(美團)이 2위 공유 자전거 서비스 업체 모바이크(사진)를 인수하고, 차량 호출 서비스 1위 기업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은 자체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내놨다. 메이퇀은 차량 호출 시장에, 디디추싱은 음식 배달 시장에도 새로 진출했다.

자기 분야에 집중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상대방 영토에 본격 침투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역 다툼의 배후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각변동’ 中 모바일 경제

중국에서 음식 배달과 자전거 공유, 차량 호출 서비스는 대부분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과 모바일 결제를 통해 이뤄진다. 각 분야에선 상위 두 개 업체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음식 배달 서비스는 메이퇀과 어러머가, 공유자전거 시장은 오포와 모바이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상대 영역은 가급적 탐내지 않고 각자 사업에만 주력해왔다.

이런 구도가 메이퇀의 모바이크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 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모바이크는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메이퇀이 제안한 인수안을 승인했다. 인수 가격은 37억달러(약 3조9150억원)로 이 중 27억달러는 현금과 주식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모바이크의 부채를 떠안는 조건이다.

업계에선 디디추싱을 겨냥해 메이퇀이 모바이크를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디디추싱은 지난 1월 공유 자전거 업계 3위인 블루고고를 위탁 운영하기 시작한 데 이어 독자 자전거 공유 서비스도 내놨다. 디디추싱은 메이퇀의 주력 사업인 음식 배달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달 난징 우시 창사 등 9개 도시에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디디추싱이 음식 배달 시장에 뛰어들기 전 메이퇀은 차량 호출 사업에 진입했다. 작년 12월 상하이와 베이징, 청두 등 7개 도시에서 택시 호출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근엔 디디추싱이 장악한 일반 차량 호출 시장에도 뛰어들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디추싱은 메이퇀이 지배하는 음식 배달 시장을, 반대로 메이퇀은 디디추싱의 간판인 차량 호출과 자전거 공유 시장을 노리고 있다”며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모바일 경제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의 근원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디디추싱과 메이퇀의 싸움 뒤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IT 기업 텐센트 간 경쟁이 있다. 텐센트는 메이퇀의 최대주주이자 모바이크의 주요 주주다. 이 때문에 마화텅 텐센트 회장이 이번 인수합병(M&A)을 중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알리바바는 디디추싱의 주요 주주다. 디디추싱은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가 2015년 합병해 탄생했는데 콰이디다처는 알리바바의 자회사였다. 알리바바는 자전거 공유 시장에서 모바이크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1위 기업 오포의 대주주기도 하다. 음식 배달 시장에서 메이퇀과 1, 2위를 다투는 어러머는 알리바바의 자회사다. 어러머는 작년 8월 음식 배달 서비스 3위 업체인 바이두와이마이를 8억달러에 인수하며 메이퇀 추격에 고삐를 당겼다.

두 회사는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도 양분하고 있다. 지난해 55조위안으로 커진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는 각각 49%와 4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작년 중국의 모바일 결제 사용자는 7억2000만 명에 달했다.

◆중국 넘어 아시아 IT 기업도 눈독

텐센트는 그동안 소셜미디어와 게임에,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에 주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인공지능(AI), 엔터테인먼트, 유전체 연구까지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될성부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가리지 않고 사들이고 있다. 중국의 창업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장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알리바바는 17억2000만달러를 들여 최소 50여 곳의 스타트업을 손에 넣었다. 텐센트는 같은 기간 7억80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두 기업이 중국 본토에서 운용되는 벤처 투자 자금의 4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최근 중국을 넘어 아시아지역의 IT 기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두 회사 투자액의 60% 이상이 아시아지역에 투입되며 절반 넘는 자금이 IT 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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