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만 16억…이달 이후 팔았다면 27억원
배우 장동건 고소영 부부가 최근 몇 달 새 80억원 규모의 주택 두 채를 처분했다. 이달부터 중과되는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기 위해 매도를 서두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4일 논현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고소영 씨는 지난달 26일 논현동 소재 지상 2층, 연면적 302㎡ 규모의 단독주택을 47억원에 매각했다. 호가를 한때 50억원까지 올렸지만 3월 중 처분하기 위해 가격을 3억원 낮춰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잔금일이 이달로 넘어올 경우 양도세가 중과되기 때문이다.
논현동 B공인 관계자는 “2년 전 처음 매물로 나왔을 때 호가는 43억원 정도였지만 강남권 집값이 폭등하면서 조금씩 높아졌다”며 “계약 직전 단계에서 매수인이 마음을 바꾸는 등 그동안 거래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 씨는 해당 건물을 2000년 매입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고 씨가 매입한 가격이 15억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의 공시가율(공시가격을 실거래가로 나눈 비율)을 매입시점에 그대로 적용한 결과다. 당시 공시가격은 5억8000만원, 현재는 17억6000만원이다. 현재 공시지가는 매매가의 38% 수준이다. 당시 공시지가도 매매가의 38%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매매가는 15억원 안팎이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매입 당시는 외환위기 여파로 집값이 급락했다가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한 시점”이라며 “당시 주변 거래가를 감안했을 때 매입가격이 높아도 17억원을 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고 씨가 건물을 팔면서 얻게 된 차익은 32억원가량이다. 양도세로 12억4091만원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 씨는 남편 장동건 씨와 함께 청담동과 흑석동 등에 고급 빌라와 아파트를 추가로 소유하고 있어 1세대 3주택에 해당된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주택 매각을 끝냈기 때문에 중과세율이 아닌 일반세율로 양도세를 계산한다. 다만 투기지역(강남구)으로 지정돼 있어 3주택자 추가과세(10%)가 적용되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10년 이상 보유·30% 감면)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 고 씨가 이달 1일 이후 건물을 되팔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양도세가 확 늘어난다. 조정대상지역인 서울에선 다주택자의 양도세가 최고 62%까지 중과되는 데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또한 배제돼서다.
이 경우 고 씨가 내야 할 양도세는 대폭 오른 21억4175만원이 된다. 9억원이나 뛰는 것이다. 양도차익(32억원)의 과세표준인 31억9750만원을 62%의 중과세율로 계산한 뒤 누진공제(3540만원)를 적용한 산출세액(19억4705만원)에 지방소득세(1억9470만원)를 더한 결과다. 결과적으로 고 씨는 호가를 3억원 내린 덕에 매수인을 구해 1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아낀 셈이 됐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매도 계획을 세워둔 상태에서 이달까지 매각이 안 됐다면 앞으로 세금 부담이 더욱 크게 늘어났을 것이기 때문에 급매로 처분한 건 현명한 절세전략”이라면서 “투기지역 3주택의 경우 4월 전에 양도하더라도 추가과세 10%를 부담으로 느끼는 사례가 많았지만 고소영 씨는 보유기간이 길어 장기보유특별공제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에선 고 씨가 논현동 주택을 투자를 위해 보유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고소영 씨 부모가 오랫동안 살던 집”이라며 “투자라면 20년 가까이 보유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환 원빌딩 전무는 “1979년 준공된 낡은 주택이기 때문에 매수인이 새 건물을 짓기 위해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1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150%로 제한되는 데다 언덕에 위치해 투자 가치는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올해 초 고 씨의 남편인 장동건 씨는 생애 첫 집으로 2003년 입주해 결혼 전까지 거주하던 잠원동의 고급 아파트 빌폴라리스를 매각했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한 매매계약은 1월 중순 마무리됐다. 거래가격은 29억8000만원이다. 장 씨는 이 빌라를 분양받았다. 당시 이 빌라의 분양가격은 층에 따라 20억~30억원 사이였다.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층이란 점을 감안할 때 매입가격이 20억원 안팎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10억 가까운 차익이 발생했고, 양도세 3억5202만원(필요경비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을 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장 씨 역시 매각이 늦어졌다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없어 3억원에 가까운 돈을 더 양도세로 낼 뻔했다.
올해 들어서만 80억원가량의 부동산을 정리한 고 씨 부부는 여전히 2주택자다. 청담동과 흑석동에 고급 빌라를 보유하고 있다. 아파트 외에도 한남동과 청담동에 각각 연면적 443㎡와 445㎡ 규모의 100억원 중반대 빌딩을 소유 중이다.
장 씨는 최근 개봉한 영화 ‘7년의 밤’에서 주연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 또 한 편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고 씨는 지난해 KBS2TV 드라마 ‘완벽한 아내’를 통해 10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뒤 휴식 중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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