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정교선, 사재 털어 계열사 간 순환출자 완전 해소

입력 2018-04-05 17:23   수정 2018-04-05 17:28

현대백화점그룹, 3개 순환출자 고리 해소 완료
그룹 IT사업부 분리해 ‘현대IT&E’ 설립
VR사업부 신설해 ‘VR테마파크’ 조성 추진




현대백화점그룹 오너일가가 사재를 털어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어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5일 그룹 내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와 현대쇼핑(부동산 임대업 영위)은 이날 오후 각각 이사회를 열어 순환출자 해소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직접 계열사간 지분 매입과 매각을 통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었다는 점이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지분 21.3%(5만1373주)를 매입해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757만8,386주)를 매입해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진 출자고리를 끊었다. 두 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되면서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순환출자 고리도 자동으로 해소됐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투자사업 영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 등 기존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완전히 소멸됐다.

다른 대기업에 비해 순환출자 구조가 복잡하지 않음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이 선제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은 투명하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완성하겠다는 오너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당초 작년 말까지 순환출자를 해소할 계획이었으나, 지분 변동과정에서 현대홈쇼핑의 대주주(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가 변경되는 것에 대한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사전 승인과정을 거치면서 일정이 4개월 가량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오너가의 사재는 은행 차입과 보유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정 회장은 현대A&I 지분 매입을 위해 약 320억원을 은행에서 차입했고, 정 부회장은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홈쇼핑 주식 전량(114만1600주, 약 1200억원 상당)를 현대그린푸드에 매각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번 지분 거래를 통해 정지선 회장의 현대A&I 지분은 52%에서 73.4%로 늘어났으며,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 보유 지분이 기존 15.3%에서 23.0%로 증가했다. 현대홈쇼핑의 최대주주도 기존 현대백화점(15.8%)에서 현대그린푸드(15.5%→25.0%)로 변경됐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계열사간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재원마련 부담에도 불구하고, 사재를 출연한 것은 주주권익 강화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 높아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주주권익 보호와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 3월부터 현대백화점 등 주요 상장 계열사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 등 위원회도 신설해 운영 중에 있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IT 법인인 '현대IT&E(현대아이티앤이)'를 현대그린푸드에서 물적 분할해 신설한다. 현대그린푸드는 5일 이사회를 열고 IT 사업부를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독립된 IT 전문회사로 분사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IT와 엔터테인먼트를 의미하는 현대IT&E에는 기존 IT사업부 외에 새로 'VR(가상현실) 전담 사업부'가 만들어진다. VR사업부의 경우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현대아울렛과 유동 인구가 많은 전국 주요거점 등에 대규모 VR테마파크를 조성, 운영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국내 VR중소기업 및 해외 VR전문업체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오는 10월 VR테마파크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며, 향후 2년내 10여개 이상의 VR테마파크를 연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기존 IT사업부 매출은 업무 특성상 내부 매출 비중이 높았지만, 이번 IT사업부 분사로 인해 유통관련 IT 및 VR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게 돼 내부거래 의존도가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세대 유망사업으로의 적극 진출과 사업 전문성 강화를 통해 현대IT&E를 IT전문회사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향후 현대IT&E에 대한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독립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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