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등 내년 입시에 파급효과 상당할 듯
교육부로부터 ‘정시 확대’를 요구받은 주요 대학들이 후폭풍에 휩싸였다. 교육부의 또 다른 권고사항인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와 저울질하며 2020학년도 입학전형안을 손질 중이다.
6일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에 따르면, 두 가지 핵심 요구사항과 관련해 정시 비중은 늘리고 수능최저는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의 한 주요 대학 입학처장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정시 확대는 받고, 수능최저기준 폐지는 안 받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달 1일 주요 대학 중 처음 2020학년도 입학전형안을 발표한 연세대는 정시 확대, 수능최저 폐지 두 가지를 모두 반영했다. 여타 대학도 연세대의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학생·학부모 반발이 예상외로 커 다른 대학들은 신중하게 검토에 들어갔다.
연세대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교육부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은 내부 사정 때문이란 게 대학가 관측이다. 연세대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 2년 연속 위반으로 올해 입학정원 35명 감축 제재를 받았다. 교육부와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벌이는 중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같은 ‘특수 사정’이 없는 대학들은 두 가지를 모두 반영하진 않을 요량. 서울대와 고려대는 수능최저를 유지할 계획이다. 서울대의 경우 지역균형선발전형 수능최저 폐지는 어렵다고 본다. 지난해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대폭 늘린 고려대도 입시안정성 확보를 위해 수능최저 유지를 택했다.
단 수능최저 자체를 폐지하지는 않더라도 기준을 완화하는 대학은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가 이런 케이스에 속한다. 이날 입학전형을 발표한 동국대도 논술 위주 전형의 수능최저를 2개 영역 합 4등급 이내로 하향 조정했다. 강삼모 동국대 입학처장은 “수험생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귀띔했다.
정시 확대 사안의 관건은 ‘증가폭’이다. 교육부가 긴급 요구한 만큼 대학 측도 필요성은 인식하는 가운데 얼마나 늘릴지가 고민이란 얘기다. 개중 교육 당국의 ‘신호’가 강하다고 판단한 대학은 정시 선발인원을 상당 수준 확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서강대는 이날 내부 입학전형위원회를 개최해 정시 비중을 전년 대비 9.9%포인트 늘어난 30.1%로 결정했다. 성균관대도 정시 10%P 내외 증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앞서 연세대는 정시 비중을 3.6%P 확대한 33.1%로 발표했다.
고려대는 2%P 이내 소폭 확대가 유력하다. 양찬우 인재발굴처장은 “이미 학과들 의견 조율을 거쳐 전체적인 2020학년도 입학전형안을 만들어놓았던 터라 급격한 변화를 주기는 힘들다”며 “특기자전형에서 줄이는 인원만큼 정시를 약간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신중론을 폈다. “당초 정시 확대 계획이 없었던 서울대도 재검토에 착수했다”는 일부 보도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특정 방향을 정하지 않은 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실무 차원에서 검토하겠다는 얘기다. 서울대는 수시를 100% 학종으로 뽑으므로 만약 정시를 늘리면 학종 선발인원이 줄어든다.
대학들은 원래 일정보다 2주 연기된 13일까지 입학전형안을 확정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한다. 수시 6회, 정시 3회까지 복수지원이 가능해 비슷한 수준의 대학끼리 상호 영향을 받는 대입 특성상 파급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수능최저를 폐지한 연세대는 특기자전형을 제외한 대부분 수시전형에서 수능최저를 요구하는 고려대와 지원층 성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입시업체 관계자들은 “연세대에는 내신이 우수한 일반고 상위권 학생들이, 고려대엔 내신이 다소 낮은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학생들이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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