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천근만근, 꾸벅꾸벅… 평소 10분만 빠르게 걸어도 '피로 퇴치'

입력 2018-04-06 18:11   수정 2018-04-07 06:55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봄철 춘곤증·피로감 해소법

계절 변화로 스트레스 커져
피로 쌓이고 우울증 동반도

만성피로증후군, 피로 자체가 병
일상생활 힘들정도 몇개월 지속
국내선 100명 중 1명도 안돼

체중 줄고 푹 쉬어도 호전 안되면
다른 질병 의심…진료 받아야
새로 먹는 약이 피로 원인될 수도



[ 이지현 기자 ]
만물이 깨어나는 봄이 되면 유독 나른함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천근만근 짐을 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손가락을 움직이기조차 싫다는 사람도 있다. 식사하고 난 뒤에는 이 같은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식곤증이 함께 찾아오기 때문이다. 일부는 피로감이 너무 심해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고민하기도 한다. 봄이면 찾아오는 춘곤증 증상이다. 싹이 나고 꽃이 피면서 세상은 점점 역동적으로 바뀌는데 혼자만 무기력해지는 것 같아 우울감을 함께 호소하기도 한다. 이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도 많다. 피로감은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호소하는 10대 증상 중 하나다. 봄철 피로감의 원인인 춘곤증에 대해 알아봤다.

◆계절 변화, 업무 변화가 원인

춘곤증을 포함해 피로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불규칙한 식사시간, 너무 자주 먹는 인스턴트 식품, 폭식, 과로, 충분치 못한 휴식, 운동 부족, 흡연, 과다한 음주 등으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스스로 피로를 만들고 있지만 대부분 사람은 생활습관 변화의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깨끗하지 못한 연료를 사용하고 비포장도로를 마구 달린 자동차는 빨리 고장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신선하지 못한 음식에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사람의 몸은 빨리 망가지게 돼 있다”며 “나이가 들수록 그 정도는 심해진다”고 했다.

우리 몸은 심한 독감을 앓고 나서도 후유증 없이 정상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뛰어난 회복력을 가졌다. 반면 물을 조금 적게 마셨다는 이유로 피로가 생길 만큼 섬세한 면도 있다.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서 날이 따뜻해지면 야외활동이 늘어난다. 사람들과 모여 술을 마시는 일도 많아지고 수면시간도 불규칙하게 바뀐다.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 춘곤증으로 이어진다. 봄에 환경 변화가 많은 것도 춘곤증이 생기는 원인이다. 봄에는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학생들은 학년이 바뀌면서 새로운 친구와 선생님에게 적응해야 한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새해와 봄에는 인사이동하는 직장인이 늘어난다. 환경이 바뀌면 이에 적응하기 위해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쓴다. 추운 날씨에서 더운 날씨로 바뀌면서 몸이 적응해야 하는 데다 각종 변화를 받아들이려다 보니 스트레스가 커지고 피로 증상도 심해진다.

◆체중 갑자기 줄었다면 진료받아야

춘곤증은 계절의 변화, 업무 환경의 변화,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며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나아진다. 몸에 심각한 질환이 생겼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도 있다.

물론 대부분 병이 있으면 피로감이 심해진다. 감기, 간염, 독감 등은 피로 증상이 생기는 대표 질환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것처럼 심각한 질환 때문에 피로감만 심해지는 일은 많지 않다. 감기, 간염, 독감 등은 피로보다는 다른 증상이 더 심하다. 갑상샘 질환, 당뇨, 빈혈, 심장질환, 우울증, 자가면역성 질환, 암 등이 생겨도 피로 증상이 나타난다. 이들 질환이 있으면 점차 피로가 심해지며 수주일간 지속된다. 푹 쉬어도 좋아지지 않고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암이 있으면 몸무게가 급격히 빠진다. 심장질환이 있으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다. 점차 피로감이 심해지면서 이들 증상이 함께 있을 때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 다른 병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음식이나 약물 때문에 피로감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 들어 새롭게 먹기 시작한 약이 있다면 피로의 원인으로 의심해볼 만하다. 피로 자체가 병인 질환도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이다. 다른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피로감이 심하고 푹 쉬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때 의심할 수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일 때도 피로감이 수개월 이상 오랫동안 지속된다. 그러나 국내에는 만성피로증후군을 진단받는 사람이 많지 않다. 피로 때문에 병원을 찾은 사람 100명 중 1명도 되지 않을 정도다. 따라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수면무호흡증도 피로감 유발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낮 시간 피로감이 심해진다. 잠을 자면서 숨을 원활하게 쉬지 않는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피로, 우울감 등을 호소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의 90%를 차지하는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잘 때 상기도가 막혀 호흡을 제대로 못하는 수면질환이다. 비강, 구강, 혀 등을 포함한 부분에 해부학적으로 문제가 있어 잠을 잘 때 기도가 좁아지고 종종 기도가 막히면서 무호흡이 생긴다. 수면 중 코골이, 호흡중단, 주간졸림증, 극심한 피로감, 두통 등을 호소하지만 증상이 잠잘 때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하기 어렵다. 환자 스스로도 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코골이 때문에 함께 자는 사람의 숙면을 방해한다. 고혈압, 부정맥 등 심장질환, 기억력 감퇴 등 대뇌 질환, 당뇨 등 내분비 질환, 성기능 장애 등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소아청소년기에는 집중력 장애나 성장 장애 등이 생길 수도 있다.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양압기 착용, 수술, 구강 내 보조기구 장착 등으로 치료한다. 최근 김현직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의 해부학적 특성에 따라 양압기 치료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코뼈가 심하게 휜 환자나 편도선이 커진 환자는 양압기 치료를 해도 효과가 낮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생활습관 정비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이 같은 질환 없이 봄철 춘곤증이 심해지는 사람이라면 생활습관을 점검해봐야 한다. 최근 들어 스트레스가 심해지진 않았는지, 심해진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충분히 쉬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만 제대로 쉬어도 피로감이 해소된다.

운동도 좋은 방법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고 평소 활동량이 적은 사람은 약간의 운동으로도 큰 활력을 줄 수 있다. 팔을 힘차게 흔들며 10~30분 정도 빨리 걷는 운동이 좋다. 하루 2~3번 정도 하면 된다.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몸에 쌓인 노폐물을 태워버릴 수 있다. 신선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일정한 양만 먹는 것도 중요하다. 조 교수는 “업무가 너무 과중할 때는 일의 중요도를 잘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중요한 일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고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포기하거나 업무량이 적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도 방법이다. 마음이 힘들 때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현직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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