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역 교육환경 개선 노력
방과後 학교 프로그램 운영
1동 1도서관 사업 등 추진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은
대형 복합문화공간 조성
'나비남 프로젝트'도 진행
50~64세 독거남 재기 도와
[ 박진우 기자 ] 6일 서울 양천구 목5동 파리공원 인근 5단지 사거리. 30m에 이르는 도로변에 ‘로드맵수학’ ‘갈무리국어학원’ 등 학원이 밀집해 있다. 목동은 강남구와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학(學)세권’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목동 일대 아파트 가격은 양천구 아파트 평균 시세보다 3.3㎡당 약 600만원 비싸다.
◆자판기 도서관…책 읽는 양천구
이랬던 양천구가 ‘동서 균형 발전’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양천구 동부에 있는 목동보다 교육 여건이 낙후된 신월동 신정동 등 서부지역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이 일대를 혁신교육지구로 지정했다. 공교육을 활성화해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천구 관계자는 “목동이 잘 알려져 있지만 목동에 사는 가구는 양천구민의 약 15%에 불과하다”며 균형 개발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진학을 앞세우기보다는 청소년이 자신의 미래를 직접 고민하고 설계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양천구의 목표다. 경력 단절 여성을 문화·예술·창의 체험 협력 강사로 선발해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컨대 2015년부터 농업분야 자격증이 있는 강사를 선발해 청소년에게 텃밭 체험 활동을 가르치는 ‘오감톡톡 스쿨팜’ 사업을 진행했다.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초등학교도 2015년 2곳, 2016년 10곳, 2017년 12곳으로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생에게 앱 코딩, 수학, 사회 등의 강좌를 제공하는 ‘마을 방과후’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450여 명의 학생이 수강했다. 연초엔 교육부의 ‘방과후 학교 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마을 방과후 프로그램은 양천구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청소년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1동 1도서관 조성’ 사업도 추진 중이다. 2014년 이후 관내 18개 도서관 중 16개 도서관을 신규 설립 혹은 리모델링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듯 간편하게 책을 빌릴 수 있는 스마트 도서관도 인기다. 400여 권의 신간이 있으며 24시간 도서 대출과 반납이 가능해 청소년은 물론 직장인에게도 인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신정3지구 공공청사용지에는 2020년 구립도서관인 양천중앙도서관이 들어선다.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5673㎡ 규모다. 2021년엔 신정동에 청소년 전용 음악창작 공간인 시립청소년음악창작센터가 자리한다.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5410㎡ 규모다. 양천구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처음 도입된 청소년 음악활동 공간”이라며 “청소년이 음악을 매개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문화커뮤니티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부트럭터미널을 유통문화 시설로
양천구는 서부 지역 인프라 개발도 추진 중이다.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을 서울 서남권 산업·문화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사업자가 진행하는 사업으로 물류시설과 함께 유통문화 복합시설을 포함한 대형 복합문화공간 등을 구상하고 있다. 구는 신월·신정동에 어떤 시설이 적합할지 검토 중이다.
목동 유수지에는 주민을 위한 휴식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유수지 바로 옆은 국회대로 지하화 구간으로 몇 년 뒤면 신월동부터 인근까지 11만㎡의 새로운 공원이 들어선다. 공원과 유수지, 안양천까지 거대한 녹지 축이 완성되면 양천구뿐만 아니라 인접 지역 주민까지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광장이 조성된다.
◆독거남성 돕는 ‘나비남 프로젝트’
양천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남성 복지에도 신경 쓰고 있다. 대표적인 게 50대 이상 독거 남성들의 고독사를 예방하는 ‘나비남 프로젝트’다. 나비(非)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남(男)은 50~64세 독거남을 뜻한다.
지난 2월 관내 50대 독거 남성 6841가구를 전수 조사해 지원이 필요한 404가구를 선정했다. 양천구는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안부를 묻는 ‘나비남 멘토단’을 구성해 작년 6월부터 운영 중이다. 나비남 프로젝트 덕에 재기에 성공한 ‘나비남’도 나왔다. 홀로 방치됐던 50대 남성을 다룬 영화 ‘친구들아 함께 가자’의 감독 강명진 씨가 대표적이다. 강씨는 2008년 자신이 운영하던 상자공장이 부도 나는 걸 지켜봐야 했다. 올림픽대로에서 교통사고로 손이 바퀴에 깔리면서 뭉개져 검지를 절단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시골의 부모님과 형제들이 돈을 모아줬지만 재기에 실패했다.
신용불량자 신세에 빚쟁이가 매일 집으로 찾아왔다. 그는 잠적했고, 자식들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써주며 이혼당했다. 이후 10년 넘게 밤에만 할 수 있는 우유배달 신문배달을 전전했다. 때로 일당을 받지도 못하고 내쫓겼다. 행주대교 다리 위에 올라섰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자주 찾던 교회 목사의 권유로 양천구의 한 행사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나비남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같은 일을 겪은 이들을 만나니 서로 공감할 수 있고 응원하는 마음도 생겼다. 그는 “(강사들이) 나이가 어린데도 참 잘 이해해주더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그는 스마트폰용 영화제작사인 명랑캠페인의 오유진 대표와 인연을 맺어 첫 작품인 ‘친구들아 함께 가자’를 만들었다. 강씨뿐 아니라 나비남 프로젝트로 재기한 사람은 많다. 10여 년간 노숙생활을 하다 나비남 프로젝트 덕에 택배 일을 시작한 뒤 나중엔 택배회사를 꾸려 자신과 같은 이들을 챙기겠다는 참가자도 생겨났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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