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 치료 레이저기기도 국산화"
"황반변성 치료기기를 국산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어르신 등이 병원을 찾지 않고도 손쉽게 안질환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하태호 씨엠랩 대표(40·사진)는 지난해 1월 창업했다. 그는 루트로닉 초기 멤버다. 15년간 연구개발직에 종사하다가 2016년 11월 회사를 나왔다. 루트로닉의 망막 질환 치료 레이저인 '알젠' 개발을 담당했던 이 분야의 전문가다.
그가 회사를 세우자마자 한 것은 피디티 레이저(PDT)를 국산화하는 일이었다. 올해 1월 개발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품목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PDT는 황반변성을 치료하는 레이저 기기다. 광민감물질을 혈관에 투여한 후 레이저를 쬐면 황반에 생긴 미세혈관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2000년대 초까지 황반변성의 유일한 치료법으로 널리 쓰였지만 노바티스의 '루센티스' 같은 주사 치료제가 나오면서 활용도가 줄었다.
이 영향으로 지난 15년간 PDT 레이저의 국내 도입은 전무하다시피했다. 하 대표는 "오랫동안 기기가 수입되지 않아 현재 병의원에서 쓰고 있는 기기 대부분이 낡았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황반변성 질환은 PDT 레이저의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발병 빈도가 높은 중심성장액맥락망막증이 대표적이다. 대체 치료법이 나왔지만 PDT 레이저가 필요한 이유다.
기존 PDT 레이저는 가격이 대당 6000만원을 웃돌 정도로 비쌌다. 이 때문에 대도시의 종합병원에서만 시술이 가능했다. 국산 PDT가 출시되면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지방 중소병원에서도 시술이 이뤄질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씨엠랩은 기존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PDT 레이저를 출시할 계획이다. 하 대표는 "지방 병의원에는 장비가 없어 서울까지 올라오는 환자가 많았다"며 "대리점 확보가 완료돼 다음 달 제품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엠랩은 안질환 진단 기기 '아이조이(EYEJOY)'도 개발했다. 아이조이는 3차원 영상 디스플레이 기능과 고해상도 카메라를 결합한 제품이다. 하 대표는 "시력검사표, 암슬러그리드, 시야 측정, 색맹 검사 등 안질환 검진을 환자가 혼자 할 수 있다"며 "카메라로 환자의 각막과 망막을 촬영해 황반변성 같은 안질환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에 상용화된 안질환 검진 기기 중에는 아이조이처럼 자가 검사와 정밀 검사가 동시에 가능한 제품은 아직 없다.
아이조이는 '의사가 필요 없는 편리한 눈 검진 기기'다. 기존 기기는 전문인력이 직접 조작해 망막을 찍어야 하지만 아이조이는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초점을 자동으로 맞춰 촬영한다. 하 대표는 "아이들은 한 데 오래 집중하지 못해 안저검사(동공을 통해 눈알 내부를 관찰하는 것) 등이 힘들다"며 "만화 캐릭터를 띄워 아이의 시선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탑재해 아이들의 안질환 검진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씨엠랩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안과 검진기기로 촬용한 영상을 분석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보건소, 요양원, 실버타운 등에 아이조이를 설치해 어르신들이 혈압계로 혈압을 재듯 쉽고 편하게 눈 검사를 받도록 하고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질환 진단 AI를 만들 계획이다.
하 대표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아이조이로 찍은 영상과 분석 결과를 병원에 전송해 원격으로 진찰을 받을 수 있게 되면 고령화와 함께 증가하고 있는 노인성 안질환 관리가 용이해질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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