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ELS 가입, 투자인가 도박인가

입력 2018-04-06 19:11   수정 2018-04-07 05:25

상환 때 환율까지 정확하게 예측하라고?

1분기 16억弗 발행 '인기몰이'
일반 ELS보다 수익률 높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 땐 손실 우려



[ 송종현 기자 ] 작년 6월 달러로 투자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5000만원을 넣었던 A씨(72)는 요즘 속이 쓰리다.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 팀장의 권유로 A씨가 가입한 이 ELS는 6개월 만에 조기상환 요건을 충족해 지난 1월 연 4.50% 수익을 올리고 상환됐다. 하지만 이 기간에 원·달러 환율이 5.44% 하락한 게 문제였다. 수익은 챙겼지만 원화로 환전하니 결과적으로는 손실을 봤다. A씨는 “투자 이전에 환율이 달러당 1100~1250원에서 움직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은 수익대로 챙기고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을 것이란 게 담당 PB팀장의 논리였다”며 “권유만 믿고 잘 모르는 상품에 투자한 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달러 ELS 발행

A씨처럼 지난해 달러 ELS에 가입했다가 가파른 환율 하락으로 환차손을 입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올 들어 환율 수준이 바닥이라고 생각하고 달러 ELS에 가입하는 투자자가 많지만 환율 예측이 힘든 시기인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달러 ELS는 총 16억2339만달러(약 1조7416억원)어치 발행됐다. 이는 작년 1분기(3억6152만달러·4134억원)보다 4.49배로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달엔 달러 ELS가 첫선을 보인 2012년 4월 이후 최대인 7억1101만달러(약 7619억원)어치가 판매됐다. 달러 ELS는 원화로 투자하는 일반 ELS보다 통상 1~2%포인트 정도 목표수익률이 높게 책정된다. NH투자증권이 지난 5일까지 청약을 받은 ‘ELS 16226(USD)’는 목표수익률이 연 8.30%다. 같은 기간 투자자를 모집한 원화 ELS(지수형)의 목표 수익률은 연 6~7%였다. 증권사들은 ELS 판매를 통해 얻는 수익에 더해 환전 수수료까지 챙길 수 있어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달러를 환전하면 환전금액의 0.25~0.30%를 증권사가 수수료로 뗀다.

◆“투자 자제할 때”

전문가들은 “지금은 원·달러 환율 움직임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당분간 달러 ELS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을 타결하는 과정에서 양국이 환율 조작 금지 조항에 이면 합의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원·달러 환율은 급락하는 추세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원(0.85%) 오른 1069원에 마감했다. 이날 상승하기는 했지만, 지난 2월9일 달러당 1091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원·달러 환율은 이후 2.38%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1000원 밑으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달러 ELS는 대개 가입 후 6개월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조기상환 시점의 환율까지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익을 내기가 극히 어려운 상품”이라며 “달러 ELS에 돈을 넣는 건 투자라기보다 도박에 가까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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