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문씨 문중에서 감사패 받은 사연

입력 2018-04-08 17:35   수정 2018-04-09 05:21

김용준의 생각노트

한국 반기업 정서, 조선시대 사농공상서 비롯돼

'조선의 기업인' 문익점 발견
혁신적 기업가로 재평가

남평 문씨 종친회 감사로 화답




얼마 전 중소기업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기사를 써야 할지.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을 찾아갔습니다. 윤 회장은 한국형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는 ‘월드클래스 300 기업’ 협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무언가 해줄 얘기가 있을 듯했습니다.

몇 가지 얘기를 하다 윤 회장은 사진 한 장을 보여줬습니다. 남평 문씨 대종회로부터 받은 감사패(사진)였습니다. 윤 회장이 패를 받은 사연은 이렇습니다. 윤 회장은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반기업 정서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했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던 그는 연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그는 “공식적인 조선 역사서에 기업인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개성상인, 안성 도기 등 집단이나 제품은 등장하지만 기업인은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뿌리 깊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사고 때문이라고도 했습니다.

윤 회장은 사농공상의 사고를 보여주는 일화도 발견했습니다. 김만덕에 대한 얘기입니다. TV 드라마로도 방영된 조선조 최대의 거상, 요즘 말로 하면 여성 기업인입니다. 실용주의로 무장한 임금 정조는 그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대신들은 반발했습니다. “천한 상인을 임금이 직접 만나는 것은 말이 아니되옵니다.” 뭐 이런 얘기였겠지요. 정조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결국 만났습니다. 편법을 썼습니다. 정조는 김만덕을 서귀포 현감에 임명했습니다. ‘명예 현감’ 자리였습니다. 윤 회장은 “조선조 정사에는 정조가 서귀포 현감 김만덕을 만났다고 적혀 있다”고 했습니다. 윤 회장은 “한국의 반기업 정서는 어쩌면 조선조부터 내려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물론 일부 기업인들의 일탈도 영향을 미쳤지만.

윤 회장은 조선에도 기업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발견한 인물은 삼우당 문익점 선생입니다. 중국에서 목화씨를 들여다 재배하고 확산해 국민의 삶에 기여한 사람. 혁신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기업가란 개념에 삼우당이 딱 맞아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는 결심했습니다. 기업가 정신이 조선조에도 살아 있었음을 알리기로. 이를 통해 반기업 정서를 조금이라도 바꿔보고자 나섰습니다. 윤 회장은 문씨 문중에 연락했습니다. 기업가 정신을 말할 때 삼우당 얘기를 하겠노라고, 허락해 달라고. 문중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윤 회장은 강의할 때, 글을 쓸 때마다 기업가 정신을 말합니다. 또 조선조에도 문익점이란 정사에 기록된 훌륭한 기업가가 있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국가 간 전쟁은 총칼이 아니라 기업 간 전쟁이다. 어느 나라가 더 많은, 좋은 기업을 갖고 있는지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 그래서 뿌리 깊은 반기업 정서를 걱정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스스로 반기업 정서를 만들어낸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적으로 돌려세우면 국가의 경쟁력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윤 회장의 얘기를 듣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 안개가 살짝 걷히는 듯했습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기업인을 발견하고, 알리는 것. 이를 통해 기업과 국민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그리고 조지프 슘페터가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호황기는 다수의 혁신적 기업가가 출현할 때만 온다. 그런 기업가가 소멸하고 관료화될 때 자본주의는 붕괴한다.”

중소기업부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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