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 '뒷북' 전수조사
[ 나수지 기자 ] 삼성증권에서 지난 6일 벌어진 초유의 배당사고는 잘못 배달된 가상의 ‘유령주식’이 시장에서 무방비로 거래되면서 파장을 키웠다. 이번 사고로 부실한 증권거래 시스템이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배당사고는 담당직원이 배당 단위를 돈(원)이 아니라 주식(주)으로 잘못 설정하는 ‘클릭 실수’에서 비롯됐지만 엉성한 거래 시스템이 참사를 부른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자기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삼성증권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보다 32배(112조원 규모)나 많은 주식을 발행하고, 이 중 일부가 거래되는 과정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무차입 공매도가 버젓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는 기존 증권거래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며 “이를 개인의 실수나 개별 증권사의 내부통제 문제로만 몰아간다면 더 큰 참사를 불러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증권업계 전면 조사와 공매도 금지’ 청원 참여자가 15만 명을 넘어섰다. 일각에선 이번 사고가 증권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은 이날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9일부터 삼성증권을 특별점검하고 나머지 증권사도 전수조사해 증권거래 시스템 전반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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