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시장 기반한 강소기업 성장 기회
中企 우수제품 해외 진출 늘려야
박춘섭 < 조달청장 >
독일 하노버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정보통신박람회(CeBIT·세빗)는 평균 45만 명의 관람객과 70여 개국 4000여 개 기업이 참가하는 ‘명품 전시회’다. 이 전시회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등 소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최첨단 제품의 각축장이다. 삼성, LG 등 국내 글로벌 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이 매년 참가해 정보기술(IT)을 검증받는다. 독일이 2차 세계대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재기에 성공하며 유럽연합(EU)을 선도하게 된 여러 요인 중 하나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전시회 육성 등 국제 마케팅에 힘을 쏟은 결과라고 한다.
‘코리아 나라장터엑스포’가 오는 25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다. 올해로 열아홉 번째를 맞는 나라장터엑스포는 온라인 공간인 ‘나라장터’에서 판매된 국내의 기술력 있는 우수 조달제품을 오프라인을 통해 선보이는 국내 최대 공공조달 종합전시회다. 그동안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로 공공기관에 납품한 제품은 물론 기술력은 있으나 조달시장 진출 기회가 없었던 벤처·새싹기업 제품도 다수 전시될 예정이다.
나라장터엑스포는 우수 조달 중소기업 제품이 해외 조달시장에 진출하는 데에도 큰 비중을 둔다. 국내 조달시장은 중소기업의 수주 비율이 80%에 이르러 포화상태에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국내 조달시장의 60배인, 6조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해외 조달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라장터엑스포도 해외 바이어 초청 설명회와 수출 행사 지원에 상당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가 기관인 조달청이 대외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의 신용을 담보하도록 하는 셈이다. 최근 들어 나라장터엑스포를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 수(水)처리 제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은 지난해 나라장터엑스포에서 처음으로 미국 업체와 50만달러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조달청과 함께 꾸준히 미국 시장 문을 두드린 결과였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시장 진출 성공담이 알려지면서 올해는 중동국가와 100만달러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다. 매출이 늘면서 올해 안에 고용 인력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창호제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도 지난해 나라장터엑스포에서 베트남 현지 바이어와 10만달러 상당의 첫 수출 계약을 맺었다. 또 조달청 주최 미얀마 수출상담회에 동행해 현지에서 15만달러의 수출 계약을 했다. 올해는 100만달러, 내년에는 200만달러의 수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라장터엑스포에 참가한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 제품은 브랜드 이미지가 낮아 해외 바이어들이 나라장터엑스포 등 국가에서 지원하는 수출 상담회를 신뢰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나라장터엑스포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한 것이 2011년에는 5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400만달러로 70배 가까이 늘었다. 참가 업체 모두가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나라장터엑스포는 국내 조달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강소기업이 해외 조달시장에 진출하는 선순환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나라장터엑스포가 중소기업의 해외 조달시장 진출을 확산시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국내 중소기업과 해외 바이어 간 1 대 1 매칭, 해외 구매기관 초청 확대, 수출 유관기관과의 협업 강화 등 다양한 지원체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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