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시키지도 않은 일 - 이장근(1971~)

입력 2018-04-0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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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시키지도 않은 일 - 이장근(1971~)

엄마 아빠 싸우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신발 정리

신발 앞코 집 밖으로 향한 걸 찾아
집 안쪽으로 돌려놓았다

시집 《파울볼은 없다》(창비교육) 중

이 봄엔 싸움이 많이 일어납니다. 긴장해서 보내는 새 학기, 돈 들어갈 일이 많겠지요.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동안, 신발 정리를 합니다. 마음은 저 바깥으로 나가고 싶겠지요. 그러나 아이가 밖으로 나가면, 갈등의 골은 깊어집니다. 아이는 엄마 아빠의 싸움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신발 앞코가 집 밖으로 향한 걸 집 안쪽으로 돌려놓고, 한바탕의 싸움도 저렇게 안쪽으로 향하길 바랍니다. 이 봄, 아이는 시키지도 않은 일을 저절로 합니다. 저절로 어른스러워집니다. 꽃잎처럼 생각이 깊어지나 봅니다.

이소연 < 시인(2014년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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