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8) 탄력성과 세금
[ 정영동 기자 ] 영국의 국왕 윌리엄 3세는 1696년 전쟁과 반란진압에 상당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군대 비용이 갈수록 더 들자 윌리엄 3세는 세금을 더 거둬 충당하려 했다. 세금을 더 걷을 거리를 찾아낸 게 바로 ‘난로세’. 난로세는 벽난로의 유무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기상천외한 세금이었다. 세무당국은 난로세를 정확하게 걷기 위해 집안을 확인해야 했다. 다툼이 잦았다. 국민은 난로세를 내지 않기 위해 난로를 아예 없애버렸다.
윌리엄 3세는 다른 방안을 생각해냈다. 이번엔 창문 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창문세’를 걷기로 했다. 당시 유리는 사치품이었기 때문에 부유한 집에 창문이 많았다. 부자 세금을 노렸다. 이들은 집을 지을 때 창문을 안 내거나 있는 창문도 벽돌로 막아버렸다. 덩달아 유리의 수요도 급감했고 유리 공급자들은 울상을 지었다. 윌리엄 정부의 세금정책은 실패하고 말았다.
이 이야기 안에 탄력성이 들어있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가격 변화에 따라 수요량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낸다. 수요량 변화율을 가격변화율로 나눈 것으로도 정의한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1을 기준으로 1보다 크면 ‘탄력적’, 1보다 작으면 ‘비탄력적’이라 한다. 0이면 ‘완전비탄력적’, 1이면 ‘단위탄력적’이라 한다. 탄력성이 무한대이면 ‘완전탄력적’이라 한다. 공급의 가격탄력성 또한 마찬가지다. 그 외에 한 재화의 가격이 변화할 때 다른 재화의 수요량 변화 정도를 나타내는 교차탄력성, 소득의 변화에 따른 수요량의 변화 정도를 나타내는 소득탄력성이 있다.
이런 탄력성을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 문제와 연결해 보자. 탄력성이 클수록 상대적으로 탄력성이 낮은 쪽에 조세 부담과 후생 손실이 증가한다. 영국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은 사치재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면, 오히려 해당 재화의 공급자 그리고 정부에 손실을 준다. 당시 사치재였던 유리를 원료로 한 창문에 세금이 부과되자 집주인은 창문을 벽돌로 막거나 없애버렸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탄력적이면 창문에 세금이 부과되어 거래 자체가 줄어들거나 없어진 것이다. 기업이나 정부는 가격을 올리거나 세금을 부과할 때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난로세와 창문세가 잘 보여주고 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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